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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13. 2019

갤버스턴, 그들의 천국

fresh review

Intro

최근 폭풍 다작하고 있는 엘르 패닝과 좀처럼 영화를 찍지 않는 벤 포스터의 만남, <갤버스턴>은 두 배우의 능력이 만든 영화다.


미국 텍사스에 붙어있는 갤버스턴이란 동네는 6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소도시다. 한 때 항구도시로 번창했던 갤버스턴은 1900년 역사상 가장 끔찍한 허리케인으로 만 명 가까이가 사망한 비극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잊혀진 역사 속의 도시에 가까운 갤버스턴을 극의 무대로 잡은 것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듯하다. 극 중 지옥 같은 삶의 터전을 벗어난 로이와 록키에게 갤버스턴은 천국이다. 하지만 그곳도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죽어나갔던 지옥이었을 터다. 그러니 결국 지상에서 인간이 머물 '천국'은 없다. 단지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지옥과 천국을 가르는 것 아닐까? 고로 '갤버스턴'이란 동네는 그저 광활만 미국의 한 귀퉁이일 뿐, 로이와 록키는 서로가 함께였기에 천국을 맛볼 수 있었다.

천국


영화를 다 본 후 이런저런 생각 끝에 위와 같은 해석을 내놓긴 했으나 영화는 사실 앞뒤도 없고 불친절하다. 영화의 서사는 기승전결 중에 승전만 떼어다 놓은 것처럼 당황스럽다. 영화가 중반까지 흘러가는 동안 캐릭터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0에 가깝다. 그럼에도 94분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엘르 패닝과 벤 포스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엘르 패닝의 정말 좋은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 나는 이미 엘르 패닝이 언니, 다코타 패닝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갤버스턴>에서 엘르 패닝은 나이대를 넘나드는 연기를 펼친다. 그녀가 32살처럼 보이고 싶으면 그녀는 32살처럼 보인다. 그러다 그녀가 19살이 되기로 마음먹으면 그녀는 19살이 된다. 한 영화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엘르 패닝


결론적으로 <갤버스턴>은 엘르 패닝과 벤 포스터의 좋은 연기에 힘입어 갤버스턴이라는 작은 소도시를 그들의 천국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영화다. 신선한 연출, 탄탄한 서사와는 거리가 있는 불친절하고 때로 지독하게 어두운 영화이지만 엘르 패닝의 빛나는 연기와 벤 포스터의 매력은 <갤버스턴>을 관람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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