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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ug 26. 2019

연기자, 이병헌

people column

Intro

매번 피플칼럼을 쓸 때 어떤 단어가 이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명사와 형용사가 두 단어 이상은 들어가야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병헌의 경우는 오랜 고민 후 깨달았다. 한 마디면 족하다는 사실을.


최고

대부분의 배우는 소위 '대표작'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작은 보통 그 배우의 가장 훌륭한 연기가 담겨있거나 가장 자신다운 연기가 녹아있는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이병헌에게는 2000년 이후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수많은 명작들을 남긴 이병헌은 어쩌면 모든 작품이 대표작이거나 반대로 대표작이 없는 배우다.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가 그의 최고의 연기이자 가장 이병헌다운 연기이기 때문이다. 요리사는 자신의 음식으로 실력을 드러내고,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실력을 드러내듯 배우는 자신의 연기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병헌은 그 분야에서 의심 없이 최고다.

<내부자들>


범위

이병헌이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넘어 최고의 연기자인 이유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멜로, 스릴러, 액션, 드라마에 코미디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건 물론 시대극과 현대극을 국적까지 넘나들며 소화하는 이병헌을 보고 있노라면 혀를 내두를만하다. 특히 그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보여준 1인 2역 연기는 그의 배역 소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이병헌이 출연한 모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영화에서 자신의 몫을 넘치도록 해내는 이병헌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그의 광범위한 영화 스펙트럼에 빈틈을 찾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외

한동안 이병헌을 수식했던 단어는 '헐리웃 스타'였다. 그만큼 이병헌을 논할 때 해외 활동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헐리웃에 처음 가게 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이병헌은 <지.아이.조>출연을 시작으로 총 6편의 헐리웃 출연 작품을 남기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헐리웃 배우로 거듭났다. 물론 아직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큰 비중이 없는 조연으로 출연하거나 안타깝게도 완성도가 아주 높은 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없다는 점이 흠이지만 순수 한국 출신 배우임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병헌의 해외 영화 출연 자체가 그의 도전과 노력을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한편 <지.아이.조>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 이병헌의 도쿄돔 팬미팅 현장에 나온 4만여 명의 팬 영상을 보고 이병헌을 캐스팅했다는 유명한 캐스팅 바하인드가 있을 정도로 이병헌의 영향력은 <올인>이후 일본에서도 상당했는데, 어쩌면 진정한 글로벌 원조 한류스타는 이병헌이 아니었나 싶다.

<매그니피센트 7>


논란

이렇듯 국내외에서 연기자로서 흠잡을 곳 없는 이병헌에게도 크게 두 가지의 논란이 있다. 첫 번째는 귀엽게도 이병헌의 키에 대한 논란인데, 공식 프로필상 177cm로 등록되어 있는 키보다 실제 이병헌의 키가 한참 작다는 논란이다. 이는 정우성과 함께 찍은 과거 사진에서 출발, 한 때 다양한 배우들과 나란히 서있는 사진들이 짤처럼 엮여 일파만파로 퍼지며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지금은 프로필상 키와 실제 키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한편 또 하나의 논란은 앞선 논란과는 달리 무거운 주제로 2014년 터진 협박사건이다. 당시 이병헌이 이민정과 부부인 상황에 그전까지 이병헌이 이렇다 할 큰 스캔들이 없는 배우였기에 관객들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사건은 법적으로 이병헌에게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일단락되었지만 당시 이병헌이 한 것으로 알려진 행동들은 '외도 논란'이라는 오명으로 남게 되었다.

외도 논란


배우

2014년의 논란 이후에도 이병헌은 다양한 영화들에 출연해 자신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2015년 이병헌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 작품 중 역대 최다 관객을 돌파하며 이병헌의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동시에 실감케 했다. 물론 연기자도 일종의 공인으로 생각하는 국내 정서상 이병헌이 일으켰던 외도 논란이 결코 아무렇지 않은 사건일 수는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개인의 사생활에서 일어난 문제가 개인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것은 본인이 책임질 일이며, 연기력의 평가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까지도 수많은 장르에서, 국내외에서, 최고 수준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병헌은 진정한 연기자이자 배우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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