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소재 자체가 별로이거나 시나리오가 엉망인 건 아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뭔가 불편하고 어색하다. 이런 느낌 어디서 받았더라? 하고 생각해보니 학생들의 단편 독립영화를 볼 때 느꼈던 기분이다. 패기도 있고 기본은 있는데 엄청 투박하고 완성도 떨어지는 느낌.
'재미있다'는 단어는 참 애매한 단어다. 다분히 주관이 들어가면서도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비밀은 없다는 재미가 없는 영화는 아니다. 기본적인 전개도 그럭저럭 괜찮고 클라이막스는 심지어 조금 스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영화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히 아니다. 일단 초반부에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부족하다. 이는 아마추어 작품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한데 감독이 이해하는 캐릭터가 100이라면 관객들에게는 10밖에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다. 여기서 복합적인 문제점은 인물들이 설명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저마다 공중에 떠 있듯 어색하고 언행이 이해조차 잘 되지 않는다는 점. 이런 상태에서 사건은 바로 터져버리고 그다음부터 관객들은 손예진의 원맨쇼를 거북하게 바라본다.
비밀은 없다가 한동안 상반되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의 중심에는 손예진의 연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비밀은 없다에서의 손예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손예진은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모르던 손예진의 모습을 봤다고 해서 그 모습이 꼭 훌륭하거나 대단하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손예진의 연기는 과하고 넘친다. 단지 미쳐가는 엄마를 연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선을 넘어야 하는 지점과 그렇지 않아야 자연스러운 지점을 모르는 사람처럼 연기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영화의 원탑인 손예진이 사방팔방으로 선을 넘으며 영화는 정신이 없다. 관객들은 타기 싫은 롤러코스터를 탄 마냥 화면을 보게 된다. 될놈될이라고 영화도 마찬가지인지 그나마 비밀은 없다에는 이렇다 할만하게 칭찬할 수 있는 조연조차 없다.
결론적으로 비밀은 없다는 네임벨류 빵빵한 배우들을 모시고 만든 아마추어 영화같이 느껴진다. 완급조절의 실패는 물론이고 마구잡이로 던져놓은 떡밥과 이야기들을 줍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물음표만 가득해진다. 차라리 40분짜리 단편으로 만들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비밀은 없다의 유일한 승자는 스포티하게 질주하는 VOLVO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