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관객수가 왜 이래?
처음 들어간 회사를 퇴사하고 찾아간 곳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였다. 퇴사했다는 홀가분함도 잠시, 머리는 복잡하고 앞날은 막막한 가운데 영화나 질펀하게 보자는 생각은 어쩌면 머리가 아니라 몸이 했던 것 같다. 당시에도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길게 생각하지 않고 '영화'라고 대답하는 철부지 시네필이었지만 태어나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처음이었다. 2016년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처음이 참 많은 해였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짜, 2016년 10월 8일. 나는 김기덕 감독의 <그물>을 보고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마침 <우리들>이 상영할 타임이었고 자리가 남았다길래 별생각 없이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당시에 나는 <우리들>이 이미 6월에 개봉했었던 작품인 것은 물론 윤가은 감독이 누군지도, 영화의 내용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94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이 영화 너무 좋은데?'라는 생각과 주조연 아역배우 4명과 윤가은 감독님이 참여한 GV 내내 물개 박수를 쳤다는 기억뿐이다.
위 사진은 실제 내가 찍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우리들> GV현장 사진이다. 맨 왼쪽부터 윤가은 감독님, 이서연, 강민준, 설혜인, 최수인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이 날 현장에서의 강민준 배우는 정말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오히려 당시에 내가 <우리들>을 보고 느꼈던 감정은 글이 기억하고 있다. 이후에도 <우리들>과 관련된 여러 편의 글을 적었지만 2016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생생한 감상이 궁금하다면 당시에 적었던 아래 리뷰를 감상해보자. 글에서도 흥분이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들>을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인적 폐막작으로 삼아 서울로 돌아온 나는 인터넷에서 <우리들>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보다 놀랍게도 이 영화가 전국 관객 49,000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도 상영관과 배급사의 구조적 문제나 개봉 타이밍으로 인해 퀄리티에 비해 묻힌 영화들은 적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유독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좋은 영화를 5만 명도 보지 못했다니, 이래서는 안 되잖아!' 그리고 통장잔고는 바닥에 가깝고 그나마 다니던 직장마저 때려친 백수에게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정말 좋은 영화, <우리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말겠다는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