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써주세요

공짜로요

by 정세현

영화를 본 직후에는 내가 쓴 글 만으로 책을 채울까 생각했지만 시간적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그것은 너무 어려운 목표였다. 이후에 이런저런 레퍼런스들을 뒤져보며 내린 결정은 <우리들>에 대한 여러 명의 다양한 시각들을 담아보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index는 일종의 비평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원했던 것은 전문인들의 어려운 글보다는 일상에서 취미로, 혹은 그저 좋아서 영화를 보는 나와 비슷한 관객들의 솔직한 글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들>이라는 영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도 이 영화를 소개하고 글을 부탁드릴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이 있었다.


당시 내가 가진 영화계와의 연결점은 투데이 방문자조차 몇 안 되는 영화블로그가 전부였다. 하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볼품없는 내 블로그를 통해 알고 지내는 이웃들은 결코 볼품없지 않았다. 영화전문 파워블로거부터 유튜버, 잡지 기자, 에디터, 작가 등 어느 모로 봐도 무료로 모시기엔 버거운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 분 한 분 연락을 드려 PD님께 설명했던 것처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드렸고 '글 좀 써주세요'를 시전 했다. 그리고 이 대책 없는 계획과 뻔뻔한 부탁에도 무려 6분이나 되는 필진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공감해주시고 별도의 인세 없이 글을 써주시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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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6분은 index의 한 페이지를 영화 엔딩크레딧처럼 마련하여 정성스럽게 소개했다. 필진이 궁금하신 분들은 index를 구매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다.


그때부터 총 6편의 글을 받으며 진짜 '편집장'으로서의 역할이 뭔지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저 필진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담긴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명의 글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된다는 것은 조금 더 세심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페이지에 맞춰 글의 분량을 맞추는 것은 물론 여러 명의 글이더라도 어느 정도 통일된 톤 앤 매너가 필요했고 모든 글이 부여된 카테고리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일부 수정도 요청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 과정이 책을 만드는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제일 미흡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기에 부족한 나를 믿고 글을 주셨던 6분의 필진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뜬금없는 부탁이었을 텐데도 금전적인 보상을 일절 바라지 않고 흔쾌히 글을 주신 다양한 필진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index는 색깔 없는 잡지가 되었을 것이다.


*독립출판 실전 Tip

다양한 저자의 글을 한 권에 담기 위해서는 이 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편집자부터 명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해야 한다. 내 생각이나 경험을 글로 쓰는 것과 각자의 스타일과 경험이 전혀 다른 여러 명의 필진에게 글을 받아서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또한 기고문을 받는 날짜도 가능한 넉넉하게 두고 가장 늦게 글을 완료할 수 있는 필진에게 마감일을 맞추는 것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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