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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02. 2019

조커, 모든 것을 뛰어넘다

column review

Intro

조커라는 캐릭터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런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원작이 있고, 그만큼이나 사랑받은 다른 배우들의 같은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 자체로 대단한 부담이다. 하지만 2019년 내가 만난 조커에게는 그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을 뛰어넘다

코믹스 원작이 영화로 다뤄진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영화들이 원작과 비교당하며 환호를 받기도, 그 반대의 경우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조커>는 내가 볼 때 전자에 서기 충분한 작품이다. 평평한 종이 속 캐릭터의 말과 행동, 도시의 배경을 영상으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재해석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많은 코믹스 원작 영화들이 명확한 원작 단행본이나 시리즈를 소재로 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조커>는 이런저런 작품들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후 사각형의 코믹스 틀 안에 갇혀있던 조커를 창의적인 동시에 현시대에 가장 알맞은 조커로 재해석해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커>를 보며 전율과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것은 종이책을 영상으로 고스란히, 혹은 단순히 매체를 변경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그 자체로 영화관을 위해 마련된 시나리오를 마주하는 감동일 것이다.

원작


히스 레저를 뛰어넘다

한때 조커는 잭 니콜슨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개봉한 후 전 세계의 많은 관객들의 머릿속 조커는 히스 레저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이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분명히 또 하나의 상징적인 조커로서 남을 것이다. 내 생각에 잭 니콜슨, 히스 레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모두 그 자체로 대단히 존경받을만한 캐릭터다. 하지만 이번 <조커>에서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분명히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의 조커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광기를 머금은 조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뛰어넘다'라는 표현을 써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로 형용하든 설명하든 당신은 아마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가서 직접 보는 수밖에.

호아킨 피닉스


장르를 뛰어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최소한의 고정관념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커>는 보란 듯 히어로물이라는 장르를 단순히 소재의 공수처를 일컫는 단어로 전락시킨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선보이는 연출, 음향, 미술은 장르를 넘어서 한 편의 영화로서 황홀한 수준이다. <조커>는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가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어떨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영화는 '조커'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에 집착하면서 소용돌이처럼 사회와 현실을 모두 빨아들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조커'라는 캐릭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 영화를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지독한 블랙코미디인 동시에 드라마이고 심지어는 전기물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 국제영화제 수상을 영화의 가치로 손쉽게 치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조커>가 수상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은 그 자체로 이 영화가 장르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하다.

장르


기대를 뛰어넘다

결론적으로 <조커>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자타공인 영화의 핵심인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기대하더라도, 색다른 조커를 기대하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히어로물을 기대하더라도,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히 모든 관객들의 기대인 좋은 영화를 기대하더라도, <조커>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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