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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14. 2015

인턴, 열광의 이유

mini column

요즘 극장가에서 놀라운 이슈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인턴>의 질주다.


영화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으로서 영화 <인턴>의 행보는 놀랍다. 아무도 이정도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턴>이 개봉하기 전에는 <사도>를 필두로 <탐정>, <메이즈 러너>, 심지어 <베테랑>까지 극장가를 점령하고 잇었고 그 다음주에는 <마션>이라는 대작의 개봉이 예고되어 잇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드내에서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는 누구나 다 아는 배우이지만 한국에서는 헐리웃과 동일한 힘을 내지 못한다고 봐야 맞다. 


힐링?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힐링' 이라는 마케팅적 코드가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인턴>에 힐링이 있던가? 개인적으로 필자는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로버트 드 니로는 극중에서 최소 중견기업 부사장을 오랫동안 역임하고 은퇴 후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멋쟁이 할아버지다. 앤 해서웨이는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브루클린에 중견기업 수준의 인터넷 패션몰을 가지고 있다. 좋은 남편, 자녀가 있고 그를 돕는 훌륭한 직원들도 있다. 영화는 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명이 함께 일하게 되며 겪는 일들을 주로 다룬다. 그래, 재료는 아주 좋다. 뭔가 힐링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영화적 힐링이란 뭘까?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관객이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 함으로서 얻게되는 위안,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개인적인 정의 안에서 봤을때 최소한 인턴에 힐링은 없다. 


일단 주인공들 부터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로버트 드 니로는 최소 100대기업 부사장 or 임원급 인사로 근 40년을 근무한 후 서울 강남 한복판 신사동 고급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다. 주변에 이런 아저씨가 많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나랑은 좀 다른 부류인 것 같고. 앤 해서웨이는? 한국식으로 보자면 강북 서촌쯤에 직원 200명을 거느린 중견 온라인몰의 사장님이다. 이런 사람? 있으면 나좀 알려줘.. 이렇듯 인턴은 힐링의 기본 전제부터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턴을 보고 '힐링'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개인적으로 이렇듯 뜯어봤을 때는 없는 것 같은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느껴지게 된대에는 마케팅팀의 훌륭한 노력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영화는 결국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달려있다. 갈수록 영화마케팅 업계가 피터지고 치열해지는 이유다. <인턴>은 그럭저럭 괜찮은 내용물을 '아주' 잘 포장한 케이스다. 사실상 인턴의 내용은 한국의 정서와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다. 하지만 마케터들은 관객들의 Needs와 영화에서 느껴지는 Feeling의 접점을 찾았다. 웬만해선 필자처럼 영화를 뜯어보는 사람은 없다. 직업 칼럼리스트면 모를까. 그렇다면 대다수는 <인턴>이라는 영화에 정말로 들어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단지 2시간의 러닝타임에서 느껴지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여기에서 힐링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추출은 적중했고 관객들은 <인턴>을 보며 힐링 받았다고 느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인턴>은 마케팅적으로 아주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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