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찾아온 디자이너

index, 미모의 비밀

by 정세현

기획이 끝났으니 이제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까지 회사에서도 간단한 디자인은 내 손으로 작업했기에 나는 호기롭게도 인디자인으로 이 책을 내가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음이 며칠 만에 드러났다. 그래도 몇 년간 업으로 삼았던 기획에 비해 한 번도 전문적으로 다뤄보지 않았던 디자인 툴을 이용해 40페이지 분량의 잡지를 만드는 것은 급이 다른 문제였다. 유튜브와 구글을 뒤져가며 며칠을 낑낑거렸지만 내 디자인은 첫 페이지에서 두 번째 페이지로도 넘어가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기술적인 능력은 아주 더디게라도 상승하고 있었지만 40페이지의 책을 디자인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진전 없이 며칠을 보내고 나니 이 작업에 대한 정이 떨어졌다. 마침 회사는 한참 바쁜 시기였고 집에 돌아와서, 혹은 주말을 희생해가며 진전 없는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때쯤 나는 index 프로젝트를 잠시 던져버렸다. 처음으로 내 힘으로 뚫고 나가기 힘든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모으고, 글을 쓰고, 기획을 하는 것 까지는 시간이 걸릴지언정 의미 있는 퀄리티를 낼 자신이 있었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던 나는 BX디자이너를 채용할 일이 있었다. 당시 여러 명의 지원자 중에 단연 눈에 띄는 포트폴리오를 발견했고 나는 즉시 대표님께 이 사람을 꼭 뽑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그 디자이너는 최종 합격까지 성사되어 입사하게 되었다. 나와 똑같이 에이전시 출신이었던 그 디자이너는 퀄리티 있는 디자인을 해냈음은 물론 기획안을 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형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렇게 몇 달간 좋은 협업을 하던 중 나는 스카웃 제의를 받아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그 디자이너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index가 떠올랐다. 이제 상하관계도, 회사 내적인 관계도 없는 단순히 개인적 친분관계이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 디자이너에게 index에 대해서 설명했고 얘기를 들어본 디자이너는 흔쾌히 합류를 결정했다. 기획안이 다 짜여있는 상황이었기에 디자이너가 합류하자 프로젝트는 급류에 오른 듯 순식간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몇 번의 미팅을 통해 내가 원하는 디자인 컨셉과 메인 컬러, 방향성 등을 논의했고 아니나 다를까 함께 일해봤던 사람답게 디자이너가 뽑아내는 결과물은 수정조차 별로 필요 없을 만큼 내 마음에 꼭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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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포스터를 표지에 크게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내가 던진 간단한 아이디어를 디자이너가 놀라운 퀄리티로 형상화했고 실제로 나온 index의 표지는 지인과 고객들에게 이쁘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간 갈바를 잃었던 index 프로젝트는 불과 한 달 만에 인쇄소를 거쳐 샘플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생기자 기획안이 완성되었을 때와는 확연히 느껴지는 바가 달랐다. 이제 정말 고지가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산으로 친다면 이때가 기분으로 보나 과정으로 보나 일종의 정상에 올랐을 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말 높은 산들은 올라가는 것만큼 내려오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index의 앞길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독립출판 실전 Tip

꼭 편집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잡지류의 책을 만들 때는 디자이너가 있는 것이 훨씬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기획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엇보다 자신과 마음이 잘 통하고, 기획안을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잘 형상화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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