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할인 같은 건 없고요?
샘플이 완성되자 이제는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를 부셔야 했다.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다양한 독립영화잡지들을 두루 찾아보니 주제 영화의 공식 스틸컷을 당당하게 쓴 책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들은 한국영화라면 특히 깐깐한 저작권 문제를 피해 가기 위해 아티스트들의 2차 저작물을 사용하거나 아예 스틸컷을 넣지 않는 식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다.
나는 index가 영화를 만든 제작사, 감독과 전혀 연관 없는 단순히 비평가들의 책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index는 태생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와 감독들의 좋은 작품을 색인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 좋아요! 이 감독 좋아요!'하고 외치며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결을 같이하는 책이 되기를 바랐다. 물론 스틸컷이나 공식 포스터가 있고 없고로 그런 류의 진전성이 생기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꼭 영화의 장면이 나오는 장면들과 포스터를 책에 넣고 싶었고 실제로 10장 이상을 넣어서 샘플 인쇄를 마친 상황이었다. 전지적 끝남시점에서 회고하자면 이때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책을 판매했더라도 아마 저작권 소유자인 CJ E&M 측에서 대단한 딴지를 걸진 않았을 것 같다. 아니, 아마 이런 책이 팔리고 있는지도 몰랐을 확률이 더 높다.(뭐 아주 나중엔 또 모르지..) 하지만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저작권료를 꼭 지불하고 싶었다. 첫 번째로 이 프로젝트와 책이 사소한 불법이라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랐고, 두 번째로는 index 프로젝트가 정말 오래 살아남아 2권, 3권이 나왔을 때 이 잡지의 시작점인, 이제는 심지어 출판사의 시작점인 index 1권이 동생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index의 페이지들은 영화사에서 포털에 올려 둔 공식 스틸컷 위주로 꾸며졌다.
그리고 사실 이런 생각을 한 바탕에는 김순모PD님께서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도움을 주시겠다고 했던 말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샘플이 완성된 후 기대에 부푼 내 전화를 받으신 PD님께서는 영화가 개봉한 지 이미 너무 오래되었고 저작권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전하셨다. 아뿔싸, 그랬다. index프로젝트의 첫 기획은 2016년에 시작되었지만 샘플이 나온 시기는 2018년이었다. 나는 그럼 아쉬운 대로 저작권료를 협상할 수 있는 담당자의 번호라도 알려주십사 부탁드렸고 CJ E&M의 저작권 담당자 번호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우리들>이 개봉한 지 아주 오래된 영화였다면 또 상황이 달랐을 것 같다. 누군가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작권과 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후에야 어렵게 연결된 CJ E&M담당자는 판매를 위해 사용되는 스틸컷 한 장당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15만 원 수준이라고 알려주었다.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얼추 계산해봐도 150만 원 수준의 돈이 몇 권이나 판매될지도 모르는, 정식 출간도 장담할 수 없는 정말 작은 독립출판물에 투자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적지 않은 돈을 내 통장에서 지불했고 앞으로도 index로 일확천금을 노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당장 월세살이하는 처지에, 겨우 3년 차 직장인 월급 수준에서 그 정도 돈을 선뜻 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고통스러운 고민 끝에 나는 디자이너와 에디터, 모든 작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index 프로젝트를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저작권료는 영화마다, 배급사마다 다를 수 있다. 나는 처음이었기에 샘플까지 만들고 이런 것들을 확인하게 되었지만 혹시 저작권과 관련된 것들을 쓰려고 한다면 기획단계에서 미리 금액이나 사용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안 쓰는 게 베스트다. 이어지는 글에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저작권 관련 업무는 들이는 돈과 시간에 비해서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남지 않는 업무여서 사람을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