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그리고 황정원 작가님

역대급 스페셜 리워드의 탄생

by 정세현

목표한 자금은 모아졌고 여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나는 슬슬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들>은 한여름 영화였고 가능하면 index가 <우리들>의 배경과 같은 계절에 출간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 조급한 마음과 달리 CJ E&M 저작권 담당자는 여유가 넘쳤다. 나는 메일이 오자마자 몇 시간 만에 답장을 보냈지만 한 번 간 메일은 어디로 가다가 빠졌는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예의를 차린답시고 최소 이틀은 기다리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메일을 보내도 역시 마찬가지, 결국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어도 두세 번은 회의에 가셨다, 출장을 가셨다 등등 다양한 이유로 통화 한 번 제대로 못하기 일수였다. 그러다 겨우겨우 통화가 되면 지금 메일 확인해보겠다며 5분 만에 문서를 보내주곤 했다. 아니, 어차피 5분 만에 처리되는 일이면 도대체 왜 5일씩 기다려야 했을까, 심지어 저작권료 건은 내가 입금을 받아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나는 준비된 돈을 입금하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고 CJ E&M 측은 계좌번호만 알려주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절차가 성사되기 위해 보내야 하는 서류도, 확인해야 하는 사항도 적지 않았고 일처리는 더디기만 했다. 드디어 입금만 하면 되는 날도 나는 전화기 너머로 저작권 담당자가 휴가를 떠나 다음 주는 되어야 온다는 말을 듣고 참고 있던 분노 게이지가 100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던 한 건의 결제업무는 결국 한 달을 넘겼고 나는 정말 억울하고 서러웠다. 내가 내 돈 써서 정당한 저작권료를 내고 이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어 보겠다는데, 주는 돈 받으라는데,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입금조차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솔직히 한 달은 너무 심하잖아..


이렇게 저작권과 관련된 절차로 골머리를 앓던 즈음 코엑스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분노도 좀 삭이고 추후 index 펀딩에 사용할 리워드도 찾을 겸 코엑스를 방문했다. 사실 '사람이 많아야 뭐 얼마나 많겠어?'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그곳에는 예상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기 위해 북적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정말 많은 사람이, 정말 많은 책을 사랑하고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특별히 마련된 독립출판물 구역에는 다양한 출판사와 아티스트들이 퀄리티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나도 천천히 걸으며 몇 바퀴를 돌아보다가 영화의 한 장면을 손으로 그린듯한 아티스트의 앞에 멈춰 섰다. 직접 그리신 것인지 묻는 내 질문에 작가님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그린 후 스캔한 작품들이라고 설명해주셨다. 테이블에 올려진 작품들은 하나같이 도드라지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했다. 나는 <우리들>이라는 영화를 아시는지 조심스레 물어봤고 작가님께서는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라고 기분 좋게 대답해주셨다. 나는 그 대답에 용기를 얻어 index에 대해 설명하며 이러이러한 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 후 연락처를 챙겨갔다. 그리고 약속대로 작가님께 연락을 드린 후 미팅이 진행되었고 작가님께서는 흔쾌히 합류를 결정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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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작가님이 그려주신 두 장의 엽서는 색감부터 그림체까지 <우리들>과 찰떡궁합이다.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


이렇게 합류하신 황정원 작가님은 정말정말 이쁜 두 장의 스페셜 엽서세트를 그려주셨고 index 펀딩에 귀한 리워드로 사용되었다. 작가님과 미팅하던 날 작가님께서는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기 위해 <우리들>을 한 번 더 보고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이 대목에서 이미 작가님에 대한 굳센 신뢰가 생겼던 것 같다. 따로 요청드리지 않았음에도 index와 <우리들>을 세심하고 귀하게 여겨주신 황정원 작가님이 있었기에 index의 펀딩은 성공리에 런칭될 수 있었다.


*독립출판 실전 Tip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잊지 말고 리워드를 챙기시는 것이 좋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상품만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메인 상품과 잘 어울리는 리워드가 있다면 메인 상품이 더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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