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드디어 지지부진하던 저작권료도 모두 지불하고 황정원 작가님의 리워드도 순탄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이제 크라우드 펀딩에 index를 올리기 위해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index를 소개하기 위해 소제목을 뽑고 필요한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index 샘플을 들고 강남부터 삼청동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새벽까지 글을 써서 한 주 만에 펀딩 페이지를 완성했다. 앞서 말했듯 마음연습을 통해 이미 펀딩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기에 이 과정은 큰 장애물 없이 진행되었다. 이미 내가 원하는 때에 펀딩이 진행되기엔 조금 늦은 시기였지만 이제 그런 것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적어도 여름이 완전히 지나기 전에 index가 세상의 빛을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펀딩 페이지를 연 첫날, 크라우드 펀딩 퍼센티지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애당초에 index에는 필진이 무려 7명이나 참여했고 당시에는 감사하게도 윤가은 감독님과도 연락이 닿아 펀딩 페이지에 책 추천 문구까지 쓰여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 펀딩이 충분히 100%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오만하게도. 펀딩이 시작된 첫 주는 그래도 내 지인과 필진들의 지인들 덕분에 매일매일 괄목한만한 펀딩금액이 들어왔다. 하지만 2주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펀딩금액이 줄어들더니 3주 차가 넘어가면서는 사실상 멈춰버렸다.
펀딩은 4주를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기간 안에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결제를 약속했던 돈마저 모두 날리는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내가 예상한 펀딩 참여율은 두 가지에서 잘못되어 있었다. 필진 7분이 모두 다 SNS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셨지만 index는 온전히 그들 중 누구의 책도 아니었다. 각 필진들은 단 '한'편의 글로 '참여'했을 뿐 이 책을 자신의 책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두 번째로 가장 뼈아팠던 사실은 index의 태생부터가 '잘 알려지지 않은'영화를 알리는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들>은 전국에서 5만 명이 관람한 영화였다. 분명히 좋은 영화고 윤가은 감독님은 심지어 독립영화계의 슈퍼스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의 얘기였다.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 영화도 2차 저작물을 팔기란 쉽지 않을진대 전국에서 5만 명이 관람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겐 감독도 배우도 생소한 영화에 관련된 책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펀딩 마감일이 다가오자 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연속간행물 창간호의 특성상 index <우리들>편이 펀딩에 실패하면 2권과 3권은 더욱더 나오기 힘들어질게 뻔했다. 그리고 힘들게 성사시킨 윤가은 감독님의 GV시사회와 이미 모두 지불된 저작권료마저 모두 매몰비용이 될 처지였다. 나는 다시 자비를 들여 부랴부랴 SNS에 광고를 하고 영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광고 아닌 광고글을 적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반응이 있었고 모자란 금액에는 일부 자비도 투자되었다. 펀딩이 온전히 100%를 달성했어도 여러 가지 비용들을 빼고 나면 남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기에 펀딩에 추가금을 투자한 index는 당연히 시작부터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펀딩이 100%를 넘긴 후 내가 들인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감히 추측해보자면 자신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기획부터 펀딩까지 무려 2년이 넘게 걸린 끝에 index는 그렇게 어렵사리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크라우드 펀딩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하지만 상단에 올라와있는 수천% 의 인기 프로젝트들만 보고 내 프로젝트도 손쉽게 100% 정도는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만큼 크라우드 펀딩에 소개되는 제품들은 그 자체로 매력도 높아야 하는 것은 물론 특별한 리워드가 함께 제공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