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티기 힘들다

fresh review

Intro

이쁜 화면과 톤 다운된 색감만으로 감성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전계수 감독이 뭘 하고 싶었는지는 알 것 같지만 <버티고>는 어느 것 하나 해내지 못했다.

제목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티 내는 <버티고>는 예상대로 사회생활의 힘듦, 연애의 힘듦, 나아가 삶의 고단함에 대해서 열심히 주절거린다. 하지만 영화가 10을 말한다면 관객들에게 와닿는 바는 2정도나 될까? 분명히 현실성 없는 얘기들은 아닌데 전달하는 방식이 재미도, 감동도 없다 보니 관객들은 그저 화면을 보며 버틸 뿐이다. 특히 전계수 감독의 연출법은 뭘 담아내려 하는지 알기 어렵다. 멜로를 표방하는 <버티고>는 딱히 사랑스러운 로맨스의 느낌도, 그렇다고 날카로운 사회고발의 느낌도, 하다못해 그럴듯한 드라마로서의 볼거리도 제공하지 못하며 시종일관 감성적인 '척'에 스스로를 좀먹는다.

버티고

이야기와 연출이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살아나지 못한다. 그나마 원탑주연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천우희만이 그야말로 영화 전체를 잡고 버텨내는 기분이다. 극 중 천우희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유태오와 정재광은 소모적으로 사용될 뿐 연기에 대해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도 미안할 수준이다. 이쯤 되니 천우희 배우의 작품 선택력을 원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5년이 넘게 지난 영화, <한공주>이후 천우희의 작품선택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이번 <버티고>역시 대부분의 관객이 천우희 배우를 보고 관람을 결심할 확률이 높은 만큼 천우희 배우의 연기력과 관객들의 시간이 이렇게 낭비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버티자

결론적으로 <버티고>는 이렇다 할 메시지도, 연출적인 아름다움도 기대하기 힘든 영화다. 그나마 고군분투하는 천우희 배우를 볼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를 논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 꼭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면 최선을 다해 한 번 버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