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안젤리나 졸리는 속편을 찍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인데 말레피센트 역을 다시 맡은 것을 보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계적인 배우의 이례적인 애정도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진 못했다.
원작을 다소 비틀었던 1편에 비해 이번 속편은 원작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인을 울리고 웃기는 영화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던 디즈니임에도 <말레피센트 2>는 단순히 '말레피센트'라는 캐릭터를 한 번 더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껍질뿐인 속편의 전형을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이야기는 더 커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행동과 대사가 온전히 이해되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그저 디즈니가 답정너처럼 정해놓은 '화합'이라는 키워드를 위해 응당 있어야 하는 위치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할 뿐 살아있다는 느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서사가 전체적으로 엉망이다 보니 그나마 1편에서 충분히 멋진 캐릭터로 만들어졌던 말레피센트는 캐릭터성이 더 진화하기보다 오히려 깎여나가는 느낌이다. 예고편에서도 공개되었듯 자신의 동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건을 겪으며 한층 더 성숙해야 할 말레피센트는 딸바보도 아닌, 줏대 있는 리더도 아닌, 뭔지 모르겠는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렇다고 전작에서 나름의 매력을 보유했던 오로라 공주나 디아발의 역할이 딱히 돋보이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2편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한 잉그리스 왕비에게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과적으로 <말레피센트 2>는 안젤리나 졸리가 구축한 말레피센트라는 캐릭터의 인기를 등에 업고 '화합'이라는 애매하고 훈훈한 목표를 향해 얼렁뚱땅 모든 과정을 뭉뚱그려버린다. 전혀 와닿지 않는 스토리텔링과 해묵은 갈등구조, 왜 있는지 모르겠는 캐릭터들은 디즈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색마저 바래게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