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 500일의 썸머가 재개봉했다. 로맨스 영화들이 재개봉을 할 때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남녀가 사랑하는 얘기가 세월이 지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500일의 썸머도 그 선상의 어디쯤에 있다. 물론 아주 젊은 조셉 고든 레빗과 훨씬 더 어려 보이는 클로이 모레츠는 덤이다.
500일의 썸머는 LA의 어느 회사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며 일어나는 50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상당 부분 현실세계에 깊숙이 입각하여 전개되고 사랑에 빠진 남자, 톰의 주변과 환경, 혹은 회사 안에서의 이야기 전개가 꽤나 현실적이다. 영화 안에서 톰은 운명을 믿는 남자로, 썸머는 남자친구조차 만들고 싶지 않아하는 여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둘은 '만나고', '사랑하고' 종국에는 각자의 길을 간다. 이미 여기서부터 영화는 영화일 수밖에 없다.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우연일 수밖에 없는, 500일의 썸머는 생각 외로 영화적인 영화다.
500일의 썸머는 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톰은 500일 동안 그가 믿는 신념이 깨져가는 과정을 겪는다. 500일의 썸머는 로맨스로 장르가 구분되고 포스터부터 꿀이 떨어지지만 실상은 성장영화에 가깝게 느껴진다. 톰이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을 수정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500일의 썸머의 주요 내용이다. 혹자는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 시점의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500일의 썸머가 제목과는 오히려 반대로 톰의 500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르며 톰이 성장하는 모습, 감독이 의도했던 메세지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500일의 썸머를 관람한 친구 한 명은 영화가 '답답하다'라고 표현했다. 로맨스 영화가 답답하다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실 듯 싶다. 500일의 썸머에는 분명히 달달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애매하고 답답한 순간들이 다수 연출된다. 어쩌면 이 포인트에 500일의 썸머가 '현실적'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들어있는 듯 싶다. 한 여자에게 푹 빠진 남자와 그를 남자친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여자, 여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어쩌면 답답함이 확실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현실 연애에서는 달달하고 순조로운 순간보다는 애매하고 답답한 순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그렇지 않다면 다행이고!)
조토끼로도 불리는 조셉 고든 레빗은 이제는 한국에서 꽤나 인기스타다. 영화에서 아직은 그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풋풋한 시절을 보고 있노라면 조셉이 로맨스 영화에도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배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이 디샤넬의 경우 영화보다는 뉴 걸이라는 미드로 더 잘 알려진 배우.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썸머의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해 주었다는 생각. 한편 필자 개인적으로는 꼬맹이 클로이 모레츠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클로이 모레츠는 극 중 톰의 여동생 역으로 나와 중간중간 사이다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 외 톰의 친구 역으로 출연하는 조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500일의 썸머는 배우로 인해 아쉬운 부분이 없다.
영어를 배우다 보면 the와 a를 구분하고 쓰는 일이 많이 헷갈린다. 어쩌면 톰 또한 이미 a 썸머 가 된 그녀를 여전히 그의 the 썸머로 헷갈리는 과정을 겪는 것 같다. 아, 어쩌면 헷갈리는 게 아니라 the로 남기고 싶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그렇게 그의 the이던 그녀는 a가 되어간다. 누군가 한 번씩은 겪었던 변화. 500일의 썸머는 그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