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클래식
매거진 '언제나 클래식'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우리는 어떻게 주는가, 츤데레가 아니고서야 작은 상자라도 하나 준비하거나 대부분은 정성스럽게 포장하기 마련이다. 내용물을 숨기고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이유로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포장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정성’에 더 가깝다. <러브 액츄얼리>는 단순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라 리차드 커티스가 정성 들여 포장한 사랑 선물세트다.
실제 런던 히드로 공항 입국장의 사람들을 1주일간 몰래 찍어서 완성했다는 영화의 오프닝 씬에서 리차드 커티스는 자신이 포장하려는 선물을 소개한다. ‘Love actually is all around’, 사랑은 어느 곳에나 있다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포장지 안에 든 선물이 뭔지 알아버려서 김이 빠졌다고? 하지만 <러브 액츄얼리>는 오히려 ‘사랑’이라는, 어쩌면 진부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를 어떤 영화보다 아름답게 포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Love actually is all around
리차드 커티스가 준비한 포장지는 무엇보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배우진과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 OST에서 가장 빛난다. 리암 니슨, 휴 그랜트,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등 조연급 배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러브 액츄얼리>의 배우진은 클리셰가 난무하고 오글거리는 대사로 점철된 영화의 서사를 부담스럽지 않게 중화하는 동시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더불어 적재적소에 끊임없이 자리하는 OST는 뻔히 속셈이 보이는데도 미워할 수 없는 친구처럼 친근하다. 그렇다고 연출의 역할이 크지 않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리차드 커티스는 2003년까지 자신이 연출한 작품이 없는 각본가에 불과했으나 <러브 액츄얼리>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 리듬감을 관리하고 특히 하이라이트에서 관객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모두 성공함으로써 완벽한 포장지를 완성한다.
혹자는 <러브 액츄얼리>가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 판타지라고 말한다. 리차드 커티스가 이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본다면 아마 슬며시 미소 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커플들 중 하나 이상의 사랑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아직 해보지 못했다면 앞으로 하게 될 확률이 높다. 혹 내가 직접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된다.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세상 따분하다가도 때로는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환상적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가장 비극적인 곳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리차드 커티스는 영화가 시작되는 공항에서 자신이 포장할 선물을 보여준 후 120분 간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관객들에게 건넨다. 당신이 <러브 액츄얼리>가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느꼈다면 아마 당신은 영화가 보여준 사랑의 본질에 집중했을 확률이 높다. 그 반대라면 아마도 포장지에 너무 집중한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이 언젠가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그 두 가지를 모두 느끼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다시 런던에 모였지만 관객들이 경험할 사랑의 여정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