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나는 시퀄 3부작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원작 팬들이 7편에 아쉬움을 표하고 8편에서 등을 돌릴 때도 나는 아직 이 시리즈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장대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은 지금껏 지켜왔던 내 믿음을 배신했다.
분명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스케일과 액션은 시퀄 3부작뿐 아니라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서도 가장 웅장한 수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액션의 밀도나 신선함에 있어서는 8편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그것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9편의 액션은 마치 이제 보여줄 건 다 보여줬고 우리도 알만큼 아니 자잘한 건 넘어가고 웅장하게 마무리나 짓자는 느낌이다. 그나마 광선검을 활용한 전투가 집중해서 즐길만한 유일한 액션씬일뿐 나머지 장면들은 기시감마저 느껴졌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다른 SF시리즈와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은 동시대에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CG가 그저 기술력 자랑에서 끝나지 않고 서사에 한 몸처럼 녹아드는 지점이었는데 이번 9편은 그런 지점이 보이지 않았다.
시퀄 3부작이 앞선 6편이 쌓아올린 유산을 일부 소모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7편과 8편은 레이와 카일로를 내세워 어느 정도 신선함도 부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야기도 그럭저럭 꾸려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9편은 7편과 8편에서 만들어 둔 장치를 활용해 대서사시의 마무리를 마치 날림으로 뚝딱 만든 헐리웃 SF액션물처럼 끝내버린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서사에는 전편들에 대한 존중도, 시퀄 3부작만의 깊이나 감동도 찾을 수 없다. JJ. 에이브럼스는 팬들이 원작의 영웅들을 왜 그렇게도 사랑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정말 안타깝게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서사는 '유치하다'하는 단어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대서사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다소, 아니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관객들을 위해, 더욱이 원작의 팬들을 위해 시리즈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도 너무 많이 넘어버렸다. 이번 9편이 유일하게 이룬 성과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타워즈의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였는지를 새삼 깨닫도록 만든 것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