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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내부자들>로 하늘 높이 날아오른 후 <마약왕>으로 다시 바닥까지 내려온 우민호 감독의 다짐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사람이 힘을 너무 주면 될 일도 잘 안되는 경우가 있더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남산의 부장들>은 충무로의 남배우들이 얼마나 훌륭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지 관람하는 재미가 충만하다. 특히 서사를 끌고 가는 주연, 이병헌은 김재규의 미묘한 심리 변화부터 폭발적인 클라이막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장악하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조연들 또한 너무 튀거나 너무 부족함 없이 본인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처리한다. 배우들이 부딪히는 매 순간 일어나는 스파크는 분명히 그 자체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뿜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여기까지는 참 좋은데, 문제는 그다음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재가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중간중간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할 텐데 <남산의 부장들>은 마치 기름칠이 안된 톱니바퀴처럼 너무 뻑뻑하게 돌아간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있고 서사적으로도 딱히 아쉬운 부분은 없지만 114분 동안 짓누르듯 흘러가는 화면을 보고 있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느와르적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했다면 어느 정도 수긍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장르라는 프레임 밖의 논제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내부자들>이라는 리듬감 넘치는 전작을 가지고 있는 우민호가 이처럼 퍼석한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은 너무 힘을 줬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남산의 부장들>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는 달려가지만 기름칠이 부족해 뻑뻑한 영화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기대한다면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