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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06. 2020

조조 래빗, 마음을 데우는 온기

column review

Intro

음식을 만들 때도 자극적으로 만들기는 쉽듯 영화 또한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식사를 마친 후 그 여운까지 기분 좋은 음식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조조 래빗>은 음식으로 친다면 그런 온기를 가진 영화다.


마음을 데우는 유머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상황이 웃겨 웃는 웃음, 어이없어 나오는 웃음, 그리고 <조조 래빗>의 경우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을 선사한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웃음이 존재하기 어려운 시절과 공간에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금해내는 유머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 심각하고 슬픈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값진 능력인가, 조조와 등장인물들이 선보이는 대화와 행동을 보며 슬며시 웃음 짓는 108분이 지나간 후에는 어쩌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진정 유머가 아닐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머


마음을 데우는 서사

영화를 관람하면 <조조 래빗>이 각종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구구절절 주접을 떨지 않고도 생각할 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는 영화의 서사에서 원작의 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영화가 한순간도 메시지를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없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모든 장면을 클라이막스처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면 <조조 래빗>은 모든 장면을 메시지로 만들었다고 평가할만하다. 웃음과 메시지가 가득한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화 앞에 관객들의 마음은 속절없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서사


마음을 데우는 연기

다양한 조연들 또한 <조조 래빗>을 빛내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작인 그리핀 데이비스는 13살에 77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자신이 이 영화에서 발휘한 영향력이 어떤 수준인지 증명했다. 하지만 장담컨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등장하는 모든 순간에 화면을 압도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존재다. 부족한 필력으로 이 매력적인 조연을 설명하자면 마치 스스로 끊임없이 빛나는 주연임에도 지구를 비춰주는 따뜻한 태양 같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연기


마음을 데우는 영화

결론적으로 따뜻한 유머, 서사, 연기가 합쳐진 <조조 래빗>은 관객들의 마음을 뿌리부터 은은하게 데우는 영화다. 가끔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날카롭게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는 것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자극적이고 아픈 일들이 충분한 세상이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말을 따스하게 전달하는 <조조 래빗>같은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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