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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 때도 자극적으로 만들기는 쉽듯 영화 또한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식사를 마친 후 그 여운까지 기분 좋은 음식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조조 래빗>은 음식으로 친다면 그런 온기를 가진 영화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상황이 웃겨 웃는 웃음, 어이없어 나오는 웃음, 그리고 <조조 래빗>의 경우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웃음을 선사한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웃음이 존재하기 어려운 시절과 공간에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금해내는 유머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많은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 더 매력적이다. 심각하고 슬픈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값진 능력인가, 조조와 등장인물들이 선보이는 대화와 행동을 보며 슬며시 웃음 짓는 108분이 지나간 후에는 어쩌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진정 유머가 아닐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를 관람하면 <조조 래빗>이 각종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구구절절 주접을 떨지 않고도 생각할 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는 영화의 서사에서 원작의 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영화가 한순간도 메시지를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없다는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모든 장면을 클라이막스처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면 <조조 래빗>은 모든 장면을 메시지로 만들었다고 평가할만하다. 웃음과 메시지가 가득한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화 앞에 관객들의 마음은 속절없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다양한 조연들 또한 <조조 래빗>을 빛내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작인 그리핀 데이비스는 13살에 77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자신이 이 영화에서 발휘한 영향력이 어떤 수준인지 증명했다. 하지만 장담컨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등장하는 모든 순간에 화면을 압도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존재다. 부족한 필력으로 이 매력적인 조연을 설명하자면 마치 스스로 끊임없이 빛나는 주연임에도 지구를 비춰주는 따뜻한 태양 같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따뜻한 유머, 서사, 연기가 합쳐진 <조조 래빗>은 관객들의 마음을 뿌리부터 은은하게 데우는 영화다. 가끔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날카롭게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는 것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자극적이고 아픈 일들이 충분한 세상이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말을 따스하게 전달하는 <조조 래빗>같은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