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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실사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을 이 정도까지 만들어낸 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대단한 것과 절대기준으로 봤을 때 대단한 것에는 중차대한 차이가 있다.
부산행은 필자의 관점에서 장단점이 매우 명확한 영화다. 가장 먼저 얘기할 수 있는 영화의 장점은 좀비들의 디테일이다. 부산행은 애당초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월드워Z와 끊임없이 비교당했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 부산행의 좀비는 월드워Z의 그것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필자 또한 수많은 좀비물을 봐왔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건대 부산행의 좀비는 의심의 여지없이 엄지를 들어오릴 수 있는 수준이다. 바이러스에 감연 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과정이나 움직임, 그 특성까지 어색하거나 모자란 점이 없다.
두 번째 장점은 긴장감 있는 연출과 공간의 활용이다. 부산행은 재난물인 동시에 좀비물이다. 기본적으로 인물들은 공포에 떨고 끊임없이 도망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주어진 공간의 활용과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긴장감, 그리고 긴박감이다. 부산행은 '열차'라는 한정된 장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인물들의 공포를 비교적 잘 전달한다. 어쩌면 기차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좁고 폐쇄되어있음으로써 가장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이 점을 영리하게 요리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 두 가지의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부산행의 단점은 기승전결을 완전히 잃어버린 서사의 구조다. 아주 간혹 배트맨 다크 나이트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면서도 완벽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가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부산행은 감정의 폭이 너무 끝없이 요동치고 사건의 고저가 없어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유발한다. 또한 재난영화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 신파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한다. 물론, 재난영화에 감동적인 장면 하나 없다면 그 영화는 아마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부산행은 넘지 않았어야 좋을 선을 기어이 넘는다. 마지막으로는 배우들 한 명 한 명 이 관객들에게 잘 이해되지 않는 느낌. 마동석은 씬 스틸러의 역할을 너무 톡톡히 해서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깰 정도고 공유는 주연으로서의 무게감이 너무 약하다. 나머지 조연들도 썩 좋은 연기를 펼치지 못하며 오히려 좀비가 나오는 장면이 더 기대될 정도.
결론적으로 부산행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한국식 좀 빈 물의 신기원을 열고 재난영화로서 본다면 충분히 칭찬할 만한 연출과 씬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이 많이 아쉽고 캐릭터들이 전혀 살지 못하는 느낌. 무엇보다 신파라는 장벽에 막히며 명작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필자는 부산행의 도전이 유의미했다고 생각하며 영화가 끝난 후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