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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31. 2021

크루엘라, 사두용미

column review

Intro

실사화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원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부분도 그렇지만 많은 부분에 상상력과 디테일을 살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루엘라>는 꼭 피해야 할 함정들을 훌륭하게 피해내며 준수한 캐릭터 영화를 만들어냈다.


엠마 스톤과 톰슨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가 영화의 모든 장면을 무지막지하게 캐리한 것은 사실이다. <이지 A>이후로 엠마 스톤의 단독 주연으로서의 능력이 확실히 발휘된 작품은 오랜만인 것 같다. 특히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엠마 스톤의 모습은 그녀가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품었던 배우라는 점을 새삼 환기시킨다. 선을 넘는 연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선을 지키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움직이는 연기는 실력이 필요하다. 엠마 스톤에게서 시선을 조금 돌리면 못지않은 내공으로 모든 장면을 지탱해내고 있는 에마 톰슨이 보인다. 빌런 없는 영웅은 반쪽자리 영웅이듯 이 영화에서 에마 톰슨의 바로네스가 없었다면 크루엘라는 탄생하지 못했다. 영화의 긴장이라는 것은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맥이 풀린다. 에마 톰슨은 엠마 스톤이 화면을 휘저을 수 있도록 반대쪽의 긴장감을 부여잡는다. 그러고 보니 이 분은 엠마 스톤보다 20년도 전에 엠마 스톤이 받았던 상을 받았다. 이런 걸 보고 눈호강이라고 한다.

엠마들


패션으로 일구는 클라이막스

우선 <크루엘라>의 미술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에는 공룡이 16분만 등장하지만 미술팀은 공룡을 만들었다. <크루엘라>의 미술팀은 한 씬에 사용되는 옷까지도 극한의 디테일을 살린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133분 동안 이런 장면 장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크루엘라와 바로네스의 캐릭터라이징에 미술팀의 지분은 결코 작지 않다. 아니 어쩌면 패션 디자이너인 두 캐릭터의 본질이 미술팀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뿐만 아니라 크루엘라가 사는 공간, 패션쇼가 펼쳐지는 장소까지 <크루엘라>속 화면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의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연결성을 가진다.

패션


버텨내야 하는 초반

훌륭한 배우와 미술팀의 작업이 있지만 영화의 초반은 이런저런 요소들로 다소 혼란하다. 후킹성이 부족한 스토리 전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연성을 만들기 위한 장치는 아무래도 높게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초반에 뿌린 떡밥들은 대부분 회수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초반은 후반을 위해 온전히 소모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개연성'이라는 부분에서 본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영화의 점수를 깎아먹을 수준이었다. 이렇다 보니 중반 이후로 몰아치는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초반을 버텨낼 필요가 있다.

초반


사두용미

결론적으로 <크루엘라>는 다소 부실한 초반부를 버텨내면 훌륭한 연기와 화면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물론 완벽하지 않은 개연성이 영화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넘치는 볼거리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아쉬운 부분을 압도한다. 특히 캐릭터의 출처라고 할 수 있는 <101 달마시안>의 팬들이라면 영화의 극 후반부와 쿠키영상을 통한 스토리적 연결성이 용의 꼬리를 완성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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