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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11. 2021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용두사미

fresh review

속편의 저주는 아무리 위대한 감독과 유명한 배우라도 쉽사리 피해 갈 수 없다. 역사를 돌아봐도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여전히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리고 2018년 신선한 스릴러 영화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 또한 이 저주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결코 나쁜 속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의 장점은 고스란히 지켜낸 가운데 연출적인 실험을 감행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관객들이 허용하는 실험의 허용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1편과 비슷하지만 조금씩 진화한 화면 연출과 조금 더 과감해진 씬별 전환은 담백함을 조금 포기한 대신 다양한 양념을 입었다. 덕분에 이번 2편은 스릴러 영화로서 보는 맛을 확실히 장착했다. 이런 영화의 장점은 오프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인물들의 상태, 주변 환경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영화의 시그니처인 음향효과의 활용이 완벽하게 합을 이뤄 대단히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장점


전반부까지 본연의 장점을 한껏 뽐내던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빠르게 확장되는 세계관과 늘어나는 인물들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고 만다. 1편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그들의 결정에 개연성을 불어넣기에 97분의 러닝타임은 너무 짧은 느낌이다. 이야기를 전진시키기 위해 모든 상황을 압축적으로 풀어내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스토리텔링은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욱여넣은 제네시스마냥 버겁고 당황스럽다. 더불어 이야기가 나뉘지 않았어도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웠을 텐데 굳이 이야기의 갈래를 나눠 산만함까지 더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단점


결론적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장르물로서 본연의 장점은 명확히 계승했지만 속편들이 으레 맞닥뜨리는 세계관 확장에 의한 개연성의 확보와 잘 다듬어진 스토리텔링에는 실패한 모습을 보여준다. 1편이 선보였던 신선하고 쫄깃한 연출이 그립다면 2편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순 있겠지만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기대한다면 분명히 아쉬운 점이 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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