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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Oct 10. 2021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못난놈

fresh review

나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 굉장히 분노스러운 마음을 참을 수 없다. 베놈과 카니지는 마블 원작 안에서도 굉장히 비중 있는 빌런인 동시에 많은 독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그럴수록 더 신중히, 더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거늘 소니는 관객을 호구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8년에 개봉한 <베놈>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보면서 우주적 평화를 위해서라도 소니는 하루빨리 스파이더맨 관련 저작권을 마블에게 넘기는 것이 좋겠다는 확신이 든다. 베놈과 카니지가 원작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캐릭터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소니가 만들어놓은 영화는 10년 전에도 나오지 말았어야 할 대단히 조악하고 유치한 액션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굳이 좋은 점을 짜내보자면 우디 해럴슨의 힘 빠진 미치광이 연기 정도, 그리고 쿠키영상이 주는 설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뭐야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은 정말 허술하게 연출된 베놈과 카니지의 전투씬이다. 응당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두 빌런의 대결은 신선하지도, 놀랍지도, 긴장감도 없이 허무하게 투닥거리다 끝나버린다. CG를 듬뿍 바른 유명 캐릭터가 싸움을 벌이면 그 자체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를 거라 생각했다면 소니는 정말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클라이막스 전투씬을 보느니 변신자동차 또봇의 전투씬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액션영화에 액션이 별로라면 더 할 말도 없겠지만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도 썩 개연성이 있진 않다. 이래저래 스토리 전개를 위한 구간은 루즈하기 짝이 없고 그나마 기다리고 기다려 만나는 클라이막스도 재미가 없으니 97분의 짧은 러닝타임조차 길게만 느껴진다.

CG


결론적으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소니가 얼마나 관객을 호구로 보는지, 반대로 마블이 원작의 캐릭터들을 얼마나 존중하며 대우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좋은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는 영화에 있어 매우 좋은 무기다. 하지만 그런 무기가 있다고 휘뚜루마뚜루 휘두른다면 그 칼에 맞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제작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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