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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16. 2022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연출 빼면 시체

fresh review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추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꽤 오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내가 아는 한 스크린과 관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의 연출 실력을 의심한다는 건 닭이 계란을 낳는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역시 그 당연한 믿음이 한층 더 견고해질만한 화면을 보여준다. 카메라 앵글, 인물 움직임의 디테일, 빛의 활용, 잘려나가는 부분과 아닌 부분의 경계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요소들의 완벽한 합은 빈틈없는 화면의 교과서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장르와 상관없이 빛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연출


문제는 극찬이 아깝지 않은 연출을 제외한다면 모든 것이 감독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선 두 주인공의 미스 캐스팅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원작 뮤지컬부터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수 있기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속 주인공들의 매력은 넘실대다 못해 화면을 집어삼켜도 모자랄 터인데, 안셀 엘고트와 레이첼 지글러의 매력은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단순히 얼굴이 이쁘고 잘생긴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두 주인공은 여러모로 관객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더불어 클래식 반열에 오른 원작을 바탕으로 함에도 이야기의 흐름이나 감정선의 변화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흘러간다. 영화적 허용을 아무리 적용하고 적용해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니 관객들은 상자 속 메시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선을 넘은 포장지에 질려버린다.

포장지


결론적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명감독의 연출 실력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받기 어려운 작품이다.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원작 뮤지컬도, 60년 전 영화도 보지 않았기에 기존 작품들과 이번 영화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원작이 궁금해진다. 내가 즐길 수 없는 부류의 작품인 건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맞지 않는 옷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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