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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28. 2022

킹메이커, 지켜진 선의 아름다움

column review

Intro

관계에 있어서도 영화에 있어서도 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제작된 정치 드라마 영화 <킹메이커>는 선을 넘기 쉬운 조건들을 다수 가지고 있음에도 과유불급이라는 오래된 격언을 몸소 실천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할 만한다.


넘지 않은 신파

개인적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들의 아킬레스건은 '신파'라고 생각한다. <킹메이커>에 신파가 전무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영화가 해를 입었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변성현 감독은 서사 전반에서 적절히 감정을 건드린다. 그러니까 정확히 '건드리'기만 할뿐 '선'을 넘지 않는다. 쥐고 흔들려고 하거나 잘라내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선을 넘지 않는 신파를 한국영화에서 만나는 일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정치'를 주제로 삼았음에도 감정선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신파로 치닫지 않은 <킹메이커>의 서사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거리두기


넘지 않은 치우침

정치영화, 그것도 '김대중'과 '엄창록'이라는 유명 인물들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 순간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소위 '방향성'의 치우침을 예상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정치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킹메이커>는 인물들과 관련된 실제 사건들을 심하게 구부리지 않고 충분히 개연성을 부여할 만한 픽션들을 더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김대중 역의 김운범이나, 엄창록 역의 서창대 어느 쪽도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제목처럼 '엄창록'의 삶과 결정들에 대한 연대기에 가깝기에 '김대중'을 찬양하는 영화를 기대, 혹은 우려했다면 그런류의 치우침은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


넘지 않은 신선함

신파도 정치적 치우침도 제대로 관리해낸 <킹메이커>는 기승전결에 있어서도 정도를 걷는다. 두 주인공의 만남, 갈등의 고조, 클라이막스에 이르고 결말로 넘어가는 모든 과정은 각본의 정석을 보는 것처럼 매끄럽고 군더더기가 없다. 더불어 직관적이고 명쾌한 연출도 돋보인다. '빛'을 활용한 메시지의 전달은 친절하지만 과하게 철학적이지 않아 편안함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조금 더 과감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도 남는다. 속도감 있고 넘어가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신별 편집은 분명히 만족스러웠지만 신선하거나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보수적인 연출


선을 지킨 영화

결과적으로 <킹메이커>는 모든 면에서 '선'을 지켜낸 영화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설경구와 이선균의 준수한 연기, 잘 다듬어진 기승전결이 만들어내는 영화적 재미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러 가지 요소에서 넘치는 부분이 적다 보니 넘치기를 기대하는 부분까지도 선을 지킨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상업영화라면 충분히 관람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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