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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01. 2022

더 배트맨, 숨 막히는 어둠

fresh review

'숨 막히는'이라는 수식어는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부정적인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더 배트맨>의 경우는 문자 그대로 숨이 막혀서 관객을 힘들게 하는 영화다.


맷 리브스와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배트맨은 분명히 칭찬할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갈 때까지 가버린 고담시를 배경으로 '탐정'배트맨이 활약하는 모습은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꽤나 매력적이다. 이야기의 큰 틀이 단순히 영웅과 빌런의 싸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영웅물에서 빠질 수 없는 액션도 놀랄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합격점을 줄만했다. 중반 이후 한두 장면은 맷 리브스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하는 액션씬도 존재한다.

나는 어둠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모든 부분들이 잘 다듬어졌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더 배트맨>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원석처럼 유려하지가 못하다. 일단 사건부터 던지고 보는 초반부는 불친절하다 못해 기분이 나쁘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 왜 진행되고 있는지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 '원래 탐정영화는 그래!'라고 하기에는 이 영화가 100분짜리가 아니라 176분짜리 영화라는 점, 그리고 등장인물들에게 공감이 안된다는 점이 문제다. 가뜩이나 상황도 잘 모르겠는데 배트맨은 우울증 환자마냥 끝없이 어둠으로 침전한다. 주인공이 안 그래도 어두운데 화면은 더 어둡다. 3시간 내내 배경은 밤이거나 비가 오거나 둘 중에 하나여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인물 간의 대화에서 무심하게 던지는 유머나 위트라도 나와서 숨구멍을 내주면 좋겠는데 <더 배트맨>은 끝끝내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계속 어둠이다.


결론적으로 <더 배트맨>은 여러 의미로 숨 막히는 어둠 속에 잠겨있는 영화다. 취향에 따라 이 새로운 배트맨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지금까지 내가 봤던 배트맨 영화 중 마지막까지 보기 가장 힘든 배트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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