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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pr 02. 2022

모비우스, 근데 이제 소니를 곁들인

fresh review

소니 픽쳐스의 삽질을 계속 보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마블 캐릭터는 너무나 매력적이기에 매번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지만 결과는 갈수록 참혹하기만 하다. <모비우스>는 그런 소니의 삽질에 희생된 또 하나의 마블 캐릭터다.


소니가 이 영화에 900억의 제작비를 썼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디에 그 많은 제작비를 썼는지 발견하기도 힘들뿐더러 쓴 돈과 별개로 액션도 이야기도 심지어 캐릭터성마저도 흐릿하다. 히어로물의 필요조건인 모비우스의 능력 표현도, 적과의 전투씬도 어느 것 하나 평균치를 웃돌지 못한다. 소위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물이 등장한지가 수십 년이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 블러가 가득하고 지금 누가 어딜 때리는지도 모르겠는 액션씬이 웬 말인가. 그나마 눈을 부릅뜨고 클라이막스 전투씬을 확인하고 나면 그 짧은 길이와 허무한 결말이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게 뭐람


장점을 한 가지 짜내보자면 캐릭터의 특성을 활용한 공포스러운 연출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나마도 몇몇 장면을 돋보이게 만들 뿐 이미 가라앉아버린 영화를 구원하기엔 대단히 역부족이다. 더불어 영화를 끈끈하게 만들어줘야 할 핵심 인물들의 감정도 공감하기 어렵다. 이 부분이 특히 총체적 난국인 이유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 결코 짧지 않다는 점에 있다. 영화는 꽤 긴 시간을 투자해 인물들을 조명하지만 영화가 앞으로 나갈수록 인물들과의 거리감은 멀어지기만 한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의 지루함은 효과적으로 늘어나고 재미는 과감하게 반감된다.

이럴꺼면 빌드업 하지를 마


결론적으로 <모비우스>는 소니가 얼마나 히어로물을 못 만드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품이다. 소니의 히어로 영화는 사람이 전혀 기대감을 가지지 않고도 실망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다. 소니가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얼마나 심각하게 망가트려 놓을지 이제는 상상도 안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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