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재난영화 그 이상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의 만남. <터널>은 언뜻 하정우의 노련함이 빛나는 영화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김성훈 감독의 잠재력이 무서운 영화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김성훈 감독의 능력, 충무로의 블루칩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


김성훈, 자신을 증명하다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는 엄청난 깊이가 있거나 심오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에 열광했고 관객 성적 또한 준수했다. 이선균에서 하정우로 배우를 변경한 김성훈은 터널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한다. 무너진 터널이라는 소재, 많지 않은 배우들로 풀어내는 김성훈의 이야기는 술술 읽히는 소설 같이 관객들을 파고든다. 적당히 상업적인 감각에 스토리텔러의 기질까지. 이 감독, 무섭다.

ㅌ5.jpg 무서운 사람..


하정우, 아니면 누가?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기는 하다만. 아무리 뛰어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도 훌륭한 수석 바이올리니스트가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정우는 자신이 왜 그토록 티켓파워를 발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좁은 공간에서 하정우의 존재감은 오히려 배가된다. 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누구였을까?라고 질문할 때 선뜻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정우는 영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배우다. 배두나, 오달수 또한 만만치 않다. 생각 외로 터널 밖의 이야기에도 포커싱이 적지 않은 <터널>에서 두 배우는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상당 부분 책임지며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ㅌ3.jpg 역시,


재난영화, 그 이상

김성훈 감독은 그럴 듯 한 이야기를 전하며 사회풍자도 잊지 않는다. 터널 곳곳에 과하지 않게, 때로는 포인트 있게 스며드는 블랙유머는 영화가 단순한 재난영화 그 이상으로 도약하도록 만든다. 엎어놓고 까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비아냥이 아닌 의미 있는 비판으로 느껴지기에 김성훈의 능력이 더욱더 빛나는 부분. 터널은 충무로의 상업영화가 어떻게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사례 같다. 긴장감을 줄 때와 풀 때를 아는 연출과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 썩 괜찮은 터널 붕괴 및 그래픽 표현과 흐름을 타는 서사 진행까지 <터널>은 만원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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