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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와 온도가 모두 선을 넘는 한여름. 이런 여름이야말로 집에서 에어컨 틀어두고 영화 한 편 보기 딱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막상 소파에 앉으면 20분째 볼만한 영화를 찾느라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오늘은 여름에 볼만한 영화 5편을 준비해봤다.
처음부터 뜬금없는 영화가 등장했다고?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리는 괴물 같은 자동차들과 선수들 사이의 치열한 열기만큼 여름을 닮은 요소가 또 있을까? 국내에서 2019년 12월에 개봉했던 <포드V페라리>는 국내 관객 137만 명에 그쳤지만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포함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완성도 높은 영화다. 영화의 제목만 보면 흔한 레이싱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명품 연기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도 숨죽이고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영화의 주요 소재인 레이싱 장면이 놀랍도록 멋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바로 디즈니+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여고괴담>, <장화 홍련>에 이어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한국형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작품 중 한편인 <알 포인트>는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주제와 장르의 결합이 매우 신선할 뿐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도 뛰어나 관객과 평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20여 년이 흐른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다. 공포영화를 생각하면 소위 말하는 점프 스퀘어(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 구간)를 생각하기 쉬운데 <알 포인트>는 이런 식의 연출보다는 대사와 분위기로 공포스러움을 자아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여름의 열기를 빼줄 오싹한 공포영화를 찾는다면 왓챠에서 오늘 저녁 <알 포인트>를 감상해보자.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처럼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여름을 배경으로 일본의 나라현 고조시라는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1, 2부로 구성한 한일 합작영화다. 다이나믹한 스토리 전개, 뜨거운 사랑, 엄청난 사건은 이 영화에 없다. 하지만 김새벽과 이와세 료의 발걸음을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여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조금 여유로운 여름 오후에 혼자서, 혹은 연인과 나른하게 보기 좋은 영화. 97분의 짧은 영화지만 장면마다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연출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한국에서 3만 6천 명의 관객밖에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 지금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여름이라고 여름이 배경인 영화만 봐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방 안을 얼려버릴 듯한 엘사의 얼음쇼를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너무 익숙한 영화라 식상할 수 있지만 그런 영화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오랜만에 꺼내보기 가장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의 경우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관객 돌파와 아이들의 ‘Let it go’열풍으로 유명한 영화지만 북미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장편 애니메이션 상이 신설된 이후 디즈니가 처음으로 픽사를 누르고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긴 설명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디즈니+를 틀고 지금 바로 방구석을 겨울로 만들어보자.
당신의 11번째 여름을 기억하는가?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들의 관계를 조명하는 영화다. 아이들이 주연인 영화라고 우습게 본다면 곤란하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그 시절의 치열한 고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의 과거, 그리고 현재가 겹쳐져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여름방학이기도 하지만 여름철 싱그러운 나무처럼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그럼 언제 놀아?’라는 대사는 개인적으로 2014년에 만난 모든 대사 중 최고였다. 오늘 왓챠에서 <우리들>을 찾아본다면 여러분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위에서 소개한 영화들을 편안하게 집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극장에서 여름 한정으로 개봉하는 대형 블록버스터나 공포영화를 관람하는 즐거움도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아무쪼록 다들 뜨거운 날씨 속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영화여행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