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코로나 방역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영화관으로 관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2022년. 수치로만 확인해 봐도 2021년 18,220,323명까지 떨어졌던 관객수는 62,122,863명 수준까지 오르며 무려 241%나 폭증했다. 이런 와중에 어떤 영화들이 마음에 남았는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2022년 최고의 영화를 개봉 순으로 소개해 본다.
1월에 개봉했던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가치를 말하기 위해 이 영화가 수상한 상을 나열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각본, 연출, 배우가 제 몫을 했을 때 조용하고 정적인 영화도 충분히 크고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영화. 천천히 눈이 내릴 때 세상은 고요하지만 눈이 쌓였을 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처럼 <드라이브 마이 카>는 관객의 마음에 소복이 메시지를 쌓는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다양한 경우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범죄도시2>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일단 2022년 최다 관개수를 보유한 영화라는 점도 그렇지만 2019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1,000만 영화를 복귀시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박스오피스에 가한 심폐소생술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심지어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시국에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점은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기다려왔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지표였다고 할 수 있다.
올여름 누군가 영화관에서 봐야 할 단 한편의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말했다면 내 선택은 의심의 여지 없이 <탑건: 매버릭>이다. 이 작품은 35년 전 1편을 완벽하게 계승했을 뿐 아니라 액션영화가 영화관에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제는 '노병'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된 톰 크루즈는 스크린 속에서 죽기는커녕 갈수록 더 발전하고 있다.
6년이란 시간은 박찬욱이란 이름을 충무로에서 잠시 잊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한국영화의 DNA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잠시 잊혔던 것이란 걸 깨달았다. 마침내. 박찬욱답게 넘치도록 아름다운 화면과 코어가 단단한 이야기, 도전적이지만 선을 넘지 않는 연출은 N차 관람을 부르기에 충분한 요소들이었다고 생각된다.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아바타>의 후속작인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영화관에서 보기에 가장 어울리는 블록버스터였다. 제임스 카메론은 19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황홀하고 경이로운 CG의 향연으로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영화적으로 볼 때 모든 부분에서 2022년 최고는 아닐지라도 몇 가지 부분에서는 역대 최고라는 찬사도 아깝지 않을 영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던 극장가가 조금은 숨통을 튼 2022년이지만 한창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물론 많은 관객들에게 이제는 영화를 어디에서 보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영화관에서 감상했을 때 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더 많이 개봉해서 영화관에 갈 일이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여행할 때 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