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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ug 18. 2022

놉, 화려한 편지봉투

fresh review

편지봉투는 편지를 담기 위해 사용된다. 물론 봉투가 이쁘면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중요한 건 편지봉투의 화려함이 아니라 편지의 내용이다.


<놉>이 담긴 편지봉투는 화려하다. 중반까지 이어지는 쫄깃한 스릴과 다채로운 화면 연출,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의 활용까지 화면에 관객의 눈과 귀가 머물만한 요소는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장르가 흐리지만 독창적인 등장 요소나 막히는 부분 없이 흐르는 서사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영화의 장점들은 빠르게 퇴색되고 읽기조차 힘든 메시지가 가득 적힌 편지지가 서서히 드러나며 영화에 대한 인상은 급격하게 파국으로 치닫는다.

봉투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놉>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장르적으로, 서사적으로, 연기에 있어서도 영화가 끝났을 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그저 '유려하고 빠르게 잘 흘러갔다.'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다. 무엇보다 해석의 여지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있고 그마저도 뚜렷하지 않은 <놉>의 메시지가 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을 만큼 끌리지도 않는다. 조던 필이 <놉>이라는 편지지에 한가득 담아서 보낸 글자는 제멋대로 갈겨써서 한 글자씩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그림처럼 불친절하고 불쾌하다.

편지지


결론적으로 <놉>은 재미없고 화려한 편지봉투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보기 힘들게 휘갈긴 편지 같다. 누군가는 취향에 따라 이 글자를 하나씩 해석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는 화려한 편지봉투만으로 그럭저럭 만족한다면 그것도 틀렸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한 편지봉투에 담긴 불친절한 편지는 다시 받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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