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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30. 2022

올빼미, 차안대를 쓴 이야기

fresh review

경주마들이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눈에 씌우는 눈가리개를 차안대(遮眼帶)라고 부른다. 차안대를 쓴 경주마들은 앞만 보고 달리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차안대를 쓰고 달리는 경주마 같다면 이것을 마냥 장점이라고 부르기엔 어려울 것 같다.


사극의 경우 현대물에 비해 신경 써야 할 미술적 요소가 많고 연기의 톤도 사뭇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빼미>가 안태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것은 감탄할만하다. 맹인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침술사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다양한 상황 속에 던져 넣음으로써 생겨나는 사건들은 꽤나 쫄깃한 연출과 류준열의 훌륭한 연기력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은 유해진의 왕 연기와 개연성에 있어 큰 흠집 없이 고속도로를 내달리듯 질주하는 서사는 일종의 쾌감을 선사한다.

쾌감


물론 서사가 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리듬감에 있어서는 오히려 장점일 수 있고 류준열과 유해진도 그 속도를 잘 따라오는 편이다. 하지만 서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중반부터 연출의 디테일과 주변 인물들은 곁길로 세어 나가는 느낌이 든다. 영화가 스릴러적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어떤 장면의 임팩트를 위해 있어야 할 것들이 없거나 너무 쉽게 풀어버리는 부분에서는 다소 김이 빠진다.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지만 이야기는 갈 길이 바쁘다 보니 주연인 류준열과 유해진을 제외한 인물들은 평면적이다 못해 버려지는 느낌마저 든다.

주연


결론적으로 <올빼미>는 보는 재미를 충분히 제공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 연출도 준수했다. 하지만 러닝타임을 늘려서라도 주조연의 케미와 연출의 디테일을 챙겼다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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