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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15. 2022

아바타: 물의 길, 나는 영화를 봅니다.

column review

Intro

영화를 보는 행위는 당연히 영화관에서 이루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특별한 이벤트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아바타: 물의 길>은 이 '특별한'이벤트에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다.


나는 CG를 봅니다.

언젠가부터 영화에 CG가 쓰였느냐 쓰이지 않았느냐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CG를 넘어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192분 동안 이어지는 CG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이 '경이'라면 이것은 높은 차원의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바타>에서 CG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 그 자체였다면 <아바타: 물의 길>은 기술은 이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선포한다. 영화의 어떤 요소가 일정한 기준점을 가지고 평가될 수 있다면 <아바타: 물의 길>이 선보이는 CG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함으로써 평가의 기준 자체를 아득히 벗어나 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완벽하게 CG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영화를 보고 있다.

CG


나는 새로운 것을 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속편의 함정에 빠진다면 어떤 영화도 살아남기 어렵다. <아바타: 물의 길>이 한 편의 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2009년 개봉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라는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긴 1편의 유산을 손쉽게 빌려 쓸 생각이 없다는 점에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이름에도 쓰여있듯 영화의 무대를 완전히 옮기고 등장인물의 구성을 과감히 개편함으로써 1편에서 했던 이야기를 적당히 이어가거나 이미 검증된 성공방정식을 함부로 덮어 씌우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속편의 제목에 '2'를 붙이지 않은 것이 이토록 이해되는 경험은 처음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결코 2가 아닌 '아바타'라는 IP를 활용한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이다.

새로운 것


나는 제임스 카메론을 봅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생각해 볼 때 떠오르는 한가지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이다. 54년생의 이 노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세상에 없던 영화를 찍어냈다. 손익분기점 2조 6,7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아바타: 물의 길>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적어도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비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건 인정할만하다. 화면을 수놓는 거의 모든 것이 상상의 산물임에도 개연성이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주의적 기질이 짙게 드러난다. 감독의 전작들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겹치는 씬도 많아서 <아바타: 물의 길>은 더욱이 제임스 카메론 영화 경력의 집대성처럼 느껴진다.

제임스 카메론


나는 영화를 봅니다.

결과적으로 <아바타: 물의 길>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를 되살려낸다. 물론 <아바타: 물의 길>이 완벽한 작품인 건 아니다. 서사적으로 다소 진부하거나 힘이 빠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보니 기존 인물들이 평면적으로 표현되는 지점도 아쉽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192분이 지났을 때 영화를 보기 위해 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면 나는 누구에게든 그 영화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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