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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02. 2023

암스테르담, 배우낭비

fresh review

영화배우에게 있어 한 편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다른 한 편의 작품에 출연할 기회비용을 쓴다는 의미다. <암스테르담>은 훌륭한 배우,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시간을 너무도 헛되이 낭비한다.


크리스찬 베일, 마고 로비,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주연인 영화라고 하면 어떤가. 무슨 영화인지는 몰라도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라미 말렉, 로버트 드 니로, 안야 테일러 조이와 조 샐다나가 조연으로 나오는 영화라면? 평소에 영화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영화의 이름 정도는 알고 싶을 확률이 높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이런 배우 군단을 이끌고 길을 잃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이 작품에는 즐겁게도 우리가 기대하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다.

배우 군단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전작을 꽤나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암스테르담>의 완성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배우 각자가 1인분을 충분히 해내더라도 영화가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는지 감독이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을 정도다. 영화는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사이 어디쯤에서 장르적으로 길을 잃고, 다양한 캐릭터 간의 헐렁한 케미 사이에서 서사적으로도 길을 잃는다. 그렇다고 연출적으로 풍성하거나 재미가 있느냐 하면 그마저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잘못된 길


결론적으로 <암스테르담>은 명배우들을 모아놓고 보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배우들이 훌륭한 영화에 한 편이라도 더 출연할 시간을 <암스테르담>을 찍기 위해 낭비했다는 생각에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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