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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방향성도 없고 속도도 느린 교통수단이 있다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 교통수단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기차가 아무리 빨라도 부산으로 가야 하는데 서울로 가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령>은 어딘가로 달리긴 달리는데 철로를 벗어난 기차마냥 방향성이 없다. 꽤나 잘 꾸며진 배경에 소품과 의상을 갖춰 입었을 뿐 지금 등장하는 인물들의 목적이 무엇이고 이 공간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설명도 맥락의 연결점도 부재하다. 서울에서 출발했으면 천안을 거치고 대구를 거쳐야 곧 부산에 도착하겠다는 느낌이 들 텐데 <유령>의 서사 속에는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안정감도,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알 수 있는 정거장도 없으니 영화에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도 속도가 빠르다면 일단 속도 자체를 즐기는 스릴이라도 있을 텐데 <유령>은 이유도 없이 느긋하기 그지없다. 장면 하나하나는 '내가 이렇게 연출을 해봤어'라고 말하듯 지긋이 눌러 담고 초반에는 이미지로 승부하겠다는 듯 대사도 몇 마디 없던 인물들이 중반이 넘어가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듯 필요한 설명을 구구절절 대사로 늘어놓고 있는 통에 지루함이 몰려온다. 그나마 칭찬할 점이라면 위에서도 언급한 미술팀의 눈물 나는 작업과 액션장면만 놓고 봤을 때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는 정도다.
결론적으로 <유령>은 철로를 탈선한 무궁화호마냥 목표도 속도도 없이 화면 속을 표류한다. 물론 화려한 출연진들의 준수한 연기, 일제강점기 시절의 경성 등 볼거리 자체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쁘고 화려하다고 해서 목적지도 없이 천천히 달리는 기차를 탈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