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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16. 2023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

fresh review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는 항상 크다. 더 정확히는 마블 영화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최근 마블이 보여준 몇몇 실망스러운 작품들은 실수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실수였길 바랐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보여주는 양자세계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이 영화의 장점은 그것이 전부다. 가장 큰 문제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의 헛헛함이다. 이게 마블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밋밋하고 디테일이 떨어진다. 더 나가서는 이 서사가 굳이 '앤트맨'이었어야 할 이유조차 찾기 힘들다. 스캇, 호프, 캐시, 행크, 재닛까지 무려 5명의 서사는 스토리에 충분히 녹지도 못할뿐더러 누구 한 명 제대로 조명하지 못해 번잡하고 지루하다.

헛헛함


그 외에도 문제는 산적해있다. 타노스를 압도할 만한 빌런처럼 소개된 캉은 정작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틀어 가장 존재감 없는 빌런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카리스마도 특징도 강함도 부족하다. 덕분에 가뜩이나 이렇다 할 초능력이 없는 앤트맨과 투닥거리는 액션씬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실하다. 무엇보다 앤트맨의 커지고 작아지는 능력을 스크린에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연출이 어떤 포인트를 잡아내느냐가 중요할 텐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화면은 그래픽으로 도배된 배경을 보여주기에 급급할 뿐 직무유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어떠한 즐거움도 선사하지 못한다.

직무유기


결론적으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의 실수가 이제는 실력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지금의 마블이 이렇게 몰락할 것이라고 몇 년 전에 예상하지 못했듯 앞으로도 마블이 영원히 침몰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 마블 영화에 기대를 거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마블도 나도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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