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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16. 2023

이니셰린의 밴시, 상실을 넘어

fresh review

인생을 살다 보면 다양한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실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그 순간이 고통스럽고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고 살아내야 한다.


마틴 맥도나 감독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괴랄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상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건조하게 그려지고 영화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작은 섬, 이니셰린의 헛헛한 풍경은 이런 건조함에 일조한다. 건조한 대지 가운데로 서사의 물줄기는 밀도 있고 흥미롭게 흐른다. 예측불가한 전개, 개연성을 품은 의외성은 마틴 맥도나 각본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땅을 덮는 생명들은 배우들의 몫이다. 다양한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와 수상을 나눠가진 콜린 파렐, 브렌단 글리슨, 배리 케오간과 케리 콘돈의 연기는 다소 퍽퍽한 영화의 분위기를 풀어준다. 그중에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감정과 복잡한 심경을 분출하는 콜린 파렐의 연기는 단연 영화의 한복판에 우뚝 선 나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매력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관람할 만한 가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가 아쉽다. 우선 클라이막스의 강렬함이다. 차분한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가장 높게 터지는 부분의 높이가 완만하다 보니 기승전결의 리듬감이 폭넓게 와닿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연결점이 다소 투박하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서사에 수분을 더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긴장감이 화면과 화면 사이를 넘어 연결되지 못하는 듯한 지점은 영화의 흡인력을 깎아먹었다고 생각된다.

아쉬움


결론적으로 <이니셰린의 밴시>는 다양한 상실을 넘어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고 독특하게 담아낸다. 한 번쯤 들어볼 만한 이야기와 지켜볼만한 연기가 있고 신선함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볼만한 한 편의 영화로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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