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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23. 2023

파벨만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편지

column review

Intro

스티븐 스필버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등호(=)가 필요하다. 그가 없는 지금의 헐리웃을, 블록버스터를, 심지어 영화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끝없이 꿈꾸는 사람이었고 그가 꾼 꿈은 곧 관객들의 꿈이 되었다.


교과서적 연출

AI가 연출한다고 해도 이처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가능할까.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주는 화면과 편집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교과서 그 자체다. <파벨만스>의 모든 장면에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1도 없다.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에는 부등호가 들어갈 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너무 클래식해서 지루해질까 싶다가도 지금 이 상황의 분위기를, 인물들의 감정을, 무엇보다 메시지를 이 이상 잘 전달할 수 있는 연출이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는 자문할 새도 없다. 화면을 보고 있는 그 순간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연출이니까.

연출


독보적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는 평생에 걸쳐 크고 신선한 이야기를 해 온 사람이다. 그래서 <파벨만스>를 보기 전에는 과연 이런 작은 이야기가 스필버그 감독에게 어울릴지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첫 장면부터 이런 의심은 3월 끄트머리 꽃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조용하고 빠르게 녹아버렸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이야기의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에도 드라마 장르의 틀을 충실히 따라간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게 하는 사람과 재미없게 하는 사람이 있다. 아뿔싸. 스티븐 스필버그는 단순히 탁월한 이야기꾼이 아니라 독보적인 이야기꾼이다. 그는 어느 지점에서 관객에게 무엇을 말해줘야 할지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이야기


꿈꾸는 사람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제작사의 사명은 'DreamWorks'다. <파벨만스>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파벨만스>는 151분 동안 그가 왜 영화를 꿈꾸기 시작했는지, 그 꿈을 위해 어떤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그 꿈을 위해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를 풀어낸다. 지금 시점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룬 것들은 너무 거대하고 놀라워서 그 시작점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도 꿈을 꾸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고 그 꿈을 붙잡고 한 발 한 발 걸어나간 시간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꿈꿨고 평생 동안 그 꿈을 화면으로 옮겨온 사람의 메시지는 놀랍도록 울림이 있다. 나는 잘 때만 꿈을 꾸고 있는가, 아니면 눈을 뜨고도 꿈을 꾸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편지

결과적으로 <파벨만스>는 관객들을 향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이야기로 써 내려간 아름답고 완벽하고 재미있는 편지다. 영화를, 그리고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들을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써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퍽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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