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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pr 13. 2023

존 윅 4, 순도 99.9% 액션

column review

Intro

순수한 것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양쪽에 예리한 검이 달려있다. 순도가 높기에 고귀하고 흔치 않지만 반대로 심심하고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요소들이 합을 이뤄야 맛이 나는 영화에서 순도 높은 무엇인가를 해낸다는 것은 도박이다.


99.9% 액션

<존 윅 4>가 이런 도박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든든한 전편들의 존재다. 애당초 이 시리즈가 액션으로 시작했으니 액션으로 족보를 이어가는 것은 당연했겠지만 이번 4편은 심기일전하고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런저런 꼼수나 신박한 무기, 정신없는 화면 전환 없이 영화는 진득하고 무게감 있게 러닝타임 169분에 액션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쇠를 달구고 벼려서 기어이 전설의 무기를 만들고야 마는 장인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존 윅 4>를 채우는 액션의 순도와 분량은 부족함이 없다. 액션 코미디, 액션 스릴러 같은 블렌드 액션 영화들의 맛에 물들었다가 싱글 오리진 액션 영화로 돌아왔을 때의 기분이란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 이 맛이야!'

액션


99.9% 존 윅

심플하고 순진한 액션 영화를 맛있게 만드는 존재. 64년생 헐리웃의 영원한 액션스타 키아누 리브스가 없었다면 이 시리즈가 4편까지 올 수 있었을까? 영화 내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말고는 대사도 몇 마디 없는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이 배우의 나이도, 이전 영화들의 배역도, 시간의 흐름마저도 잊어버린다. 영화관에는 그저 사람을 죽이고 있는 존 윅과 그걸 보고 있는 나만 남아있는 기분이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부르기엔 소름 끼치지만 계속 보고 싶은 캐릭터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배역에 있어 순도 99.9%의 경험이 있다면 존 윅이 아닌가 싶다.

존 윅


0.1% 스토리

이 순도 높은 액션 영화에 블렌드 된 0.1%의 요소는 스토리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있어서는 완벽한 비율인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향이 슬며시 스밀 정도의 블렌드 비율. <존 윅 4>에 녹아든 스토리는 액션을 진행시키기 위한 도구이자 화면이 머무는 장소를 정의하기 위한 나침반이다. 누군가 0.1%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100% 순도의 액션을 원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4편이나 진행된 영화를 유의미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스토리의 첨가는 분명히 필요했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글로벌 로케이션을 선택한 것을 고려하면 과하게 선을 넘지 않고 깔끔하게 스토리를 녹여낸 것만 해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100% 액션 영화

결론적으로 <존 윅 4>는 오랜만에 만나는 100% 만족스러운 액션 영화다. 아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 순수한 액션 시퀀스들과 존 윅 그 자체인 키아누 리브스, 상대역으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친 견자단. 한 발 빠져서 가이드의 역할을 수행한 스토리까지. 존 윅 시리즈는 B급 영화라는 수식어로 시작했지만 <존 윅 4>가 액션 영화 카테고리에서 A등급을 받기에 부족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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