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May 18. 2023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22년치 족보 액션

fresh review

시리즈물이 2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다는 건, 그것도 꽤 팔팔하게 이어간다는 건 인정받을 만한 일이다. 자동차를 활용한 액션에 있어 이제는 독보적인 블록버스터 브랜드로 자리 잡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10편에서도 질주를 이어간다.


한동안 스케일 키우기에 집중하고 총기 액션의 비중이 너무 늘어나며 시리즈 본연의 맛을 잃었던 '분노의 질주'시리즈는 이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서 초심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141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차량 액션은 적당히 규모 있는 스케일에 개연성을 크게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신선함을 부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 시리즈의 특성상 넘치도록 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한 움큼씩이라도 액션에 첨가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연출 실력과 분주하고 산만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그러쥐고 중심을 잡는 제이슨 모모아의 연기는 자칫 B급으로 갈 수 있는 영화를 A급으로 잡아주는 마지노선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속도감 있고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액션 장면들은 '어때, 이 스케일 좀 쩔지?'하고 묻는 것 같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액션


시리즈가 22년간 쌓아온 족보는 강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분노의 질주'시리즈 전편을 관람했음에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이야기를 100%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본적으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데다가 새로운 등장인물까지 합류하는 통에 애당초 인물 간의 관계도를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다. 등장인물이 많더라도 서사의 흐름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조금 나을 법도 한데 영화는 족보의 한 장도 잃을 수 없다는 듯 인물들에 맞춰 이야기를 사방팔방으로 찢어버린다. 이쯤 되면 서사와 액션이 매끄럽게 합쳐지지 않고 한 컵에 담긴 물과 기름처럼 나뉘는 기분이라 인물들의 감정선을 충분히 따라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족보


결론적으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이름값을 하는 영화다. 관객들이 이 시리즈에 원하는 본질적인 액션과 기존 팬들이 보고 싶은 수많은 얼굴들, 심지어 헐리웃에서 날고 기는 다양한 배우들을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영화를 관람할 만한 가치는 있다. 하지만 22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족보가 너무 두꺼워진 나머지 이제는 '족보 액션'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우리가 알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