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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23. 202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놀이동산

column review

Intro

놀이동산에 가면 다양한 탈것과 볼거리가 즐비하다. 롤러코스터부터 범퍼카, 사파리 등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즐겁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영화로 놀이동산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영화다.


롤러코스터 같은 액션

롤러코스터는 출발하자마자 천천히 탑승자를 높은 곳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일단 내려가기 시작하면 도착할 때까지 정신없이 달린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액션은 이런 롤러코스터를 139분 동안 무한 반복으로 타는 느낌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하다 싶을 만큼 천천히 관객들을 끌어올리고 일단 액션이 시작되면 한동안은 강하게 몰아붙인다. 액션의 유형이나 강도도 매번 조금씩 달라서 액션씬이 이어지는 동안은 딱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처음 화면에 등장한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게나 신선하고 다채로운 액션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액션


범퍼카 같은 관계

범퍼카는 여러 대의 자동차가 끊임없이 부딪히며 재미를 준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등장인물들 역시 끊임없이 엮이고 설키며 다양한 관계의 마찰을 만들어낸다. 로맨스적인 부딪힘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의 부딪힘, 친구와의 부딪힘이 있다. 범퍼카가 1:1로 부딪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나를 들이 받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여러 대의 차에 끼어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도 되듯 마일스 모랄레스와 주변 등장인물들 역시 1차원적인 관계가 아닌 다차원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나 만족스러웠겠지만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활용해 점과 점으로 흩어져 있는 관계에 선을 긋는다. 등장인물들이 적지 않음에도 한 명 한 명의 선택과 감정에 공감할 뿐 아니라 그들의 갈등까지도 이해하게 되는 경험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존재한다.

관계


사파리 같은 이야기

지금까지 다양한 히어로 영화에서 등장한 멀티버스는 설명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멀티버스는 사파리 버스를 타고 동물들을 구경하듯 그렇게 부담스러운 개념이 아니다. 사자의 영역을 지나, 호랑이의 영역을 넘어, 자연스럽게 곰 영역으로 이동하듯 관객들은 영화가 펼쳐놓는 멀티버스를 자연스럽게 여행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구경하면 된다. 필요할 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다가도 차분함이 필요할 땐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바꿔버리는 화면 연출은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베테랑 사파리 버스 운전사처럼 필요한 만큼 설명하고 완급조절이 있는 서사의 리듬감도 훌륭하다.

이야기


놀이동산

결론적으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놀이동산에서 2시간 반을 놀고 나온 기분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하면서도 전작의 유산을 귀하게 여기고,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특유의 연출들을 영리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각종 놀이기구를 끊임없이 타다 보니 영화가 끝날 때쯤엔 다소 어질어질하고 받아들인 서사의 용량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다음 편을 위한 다리의 역할도 해야 하는 영화이다 보니 후반부의 텐션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놀이공원을 나오며 후들리는 다리가 말해주는 것은 놀이공원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일뿐,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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