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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27. 2023

더 문, 때깔 하나는 곱다.

fresh review

우리는 영화를 '본다'고 말한다. 듣는 것도 중요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영역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문>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280억을 쏟아부은 <더 문>은 적어도 때깔에 있어서 돈값을 한다. 충무로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그나마 개봉한 영화들도 헐리웃에 비하면 아쉬운 CG를 선보인 경우가 많았기에 <더 문>에 대한 기대 역시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주 공간의 표현과 다양한 상황의 연출력은 수준급이었다. <미스터 고>부터 <신과함께>시리즈를 거치며 쌓은 김용화 감독의 컴퓨터 그래픽 경험치는 장면마다 눅진히 녹아있다. 이런 영화를 평가할 때 클리셰처럼 나오는 '한국영화 치고'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더 문>의 화면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129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화면의 디테일이 떨어지지 않고, 큰 허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때깔


사실 이야기도 이 정도면 낙제까지는 아니다. 심지어 후반부에 섞인 신파마저도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변화구도 아닌 너무 솔직한 직구로 들어와서 담백한 느낌마저 들었다. 다만 <더 문>서사의 가장 큰 맹점은 '변수'와 '우연'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남발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떤 영화가 이 두 가지 없이 돌아가겠느냐마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두 가지 요소는 정말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아주 사소한 실수와 결정으로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이 우주영화의 스릴을 만드는 절대조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문>은 이 점을 쉽게 여김으로 인해 서사의 많은 부분에서 긴장감이 새나간다.

변수와 우연


결론적으로 <더 문>은 화면의 때깔 하나만큼은 훌륭한 영화다. 더운 여름, 극장의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팝콘을 씹으며 볼만한 오락 영화로서의 본분은 꽤 충실히 해낸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갔다면 두고두고 기억될 오락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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