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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28. 2023

밀수,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

fresh review

스펙은 중요하다. 자동차를 살 때도. 면접을 볼 때도. 심지어 소개팅을 나가기 전에도 우리는 스펙을 확인한다. 하지만 숫자와 팩트가 전부는 아니다. 어떤 경우든 직접 만나봤을 때 느껴지는 '매력'은 스펙을 완전히 엎어버리기도 한다.


<밀수>의 스펙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여름 시즌 대작 영화를 의미하는 '텐트폴' 전문 감독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으로 이어지는 주연진. 175억에 달하는 제작비도 든든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완성도도 출중하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물답게 미술팀의 작업을 보는 재미. 화려한 배우진이 어우러지며 느껴지는 나름의 긴장감도 있다. 스토리는 막힘없이 술술 흐르고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액션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답게 깔끔하고 멋지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K엔딩까지. 이거야말로 K블록버스터. 여름 텐트폴 영화 그 자체가 아닌가?

텐트폴


그런데 이 영화. 문제가 하나 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딱히 빠지는 구석은 없는데. 어딘지 끌리는 구석도 없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눈이 높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냐고 말이다. 맞다. <밀수>는 분명히 오락영화로서 '훌륭'하다. 그런데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볼 일이 있었다. 공정한 채용을 위해 점수표를 만들어서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채용된 사람은 점수가 제일 높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짚기는 어렵다.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술적으로. 영화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을 당기는 영화가 있다. 매력적인 영화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밀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매력


결론적으로 <밀수>는 스펙에 걸맞은 훌륭한 오락영화다. 영화관에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 나에게 영화 한 편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기억에 남는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내 답변 리스트에서 <밀수>를 찾아보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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