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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Nov 09. 2023

더 마블스, 고양이는 위대하다.

fresh review

2020년에만 해도 '마블이 마블 했다'라는 말을 부정적인 용도로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관객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겨우 3년이 지난 2023년 11월, 우리는 정확하게 그 용도로 그 문장을 내뱉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마음을 훔쳤던 마블의 영웅들은 처음부터 영웅인 적이 없었다. 그들은 부서지고 배우며 끊임없이 성장했고 고뇌하며 영웅이 되었다. 그런데 <더 마블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영웅 중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는 영웅은 없는 것 같다. 잠깐, 그럴 수 있다. 아직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빌런과 서사 또한 그에 걸맞아야 할 텐데 <더 마블스>에 등장하는 빌런의 서사는 마블 역대 최악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고 빌런이 사용하는 능력이나 빌런이 된 과정은 방구석에 처박힌 양말 한쪽마냥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그나마 셋 중에 쌓인 서사가 제일 두터운 캡틴 마블의 이야기를 기둥으로 삼으려 하지만 이리 굴렀다 저리 구르느라 바쁘기만 할 뿐 든든한 기둥의 역할을 해내진 못한다. 중심이 되어야 할 캡틴 마블이 이 모양이다 보니 쌓인 것이 부족한 두 캐릭터는 쌓인 것을 쓰지도, 그렇다고 새로운 서사를 쌓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에 머문다.

뉘신지


서사까진 그렇다 쳐도 제일 실망스러운 건 역시 액션이다. 앤트맨의 투닥거림보다 아슬아슬하게 나았다면 이걸 칭찬이라고 해야 할까? 명색이 자기들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목에 건 '더 마블스'아닌가. 그런데 무려 마블 세 명이 모여서 보여주는 액션의 수준이 참담하다. 과거에는 영웅들이 모이는 영화를 볼 때 각자의 강점이 합쳐져서 어떤 액션이 나올지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더 마블스>는 캐릭터 각자의 능력이 뭔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칠 뿐 멋지게 어우러지지는 못한다. 단지 액션의 시너지만 없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105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가고 그래서 이 세 명의 캐릭터가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계라도 하던가


결론적으로 <더 마블스>는 구스와 함께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귀여움으로 러닝타임을 버텨야 하는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두 가지는 여전히 마블이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는 사실과 고양이는 위대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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