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Jan 25. 2024

도그맨, 개란만장한 삶

fresh review

좀 덜하고 더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파란만장한 삶을 겪는다. 그리고 여기 파도처럼 물결치는 개들과 평생을 함께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도그맨>이 주인공의 서사를 풀어내는 문법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의문의 사건으로 시작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더글러스를 연기하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몽환적인 연기력과 레트로하지만 흡인력이 미쳐버린 고통의 서사는 오히려 서사 구조의 평범함을 안전벨트 삼아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115분이 흐르면서 관객들의 마음은 이 독특하고 기괴한 주인공에게 서서히 스며든다. 처음에는 경계하고 중간에는 동정했다면 마지막에는 이해해버린다. 정확히 어떤 마음을, 상황을 이해한다기보다는 인물의 다채로움이 퍼즐처럼 맞춰져서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한 명의 진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명히 황홀한 장면들이 존재하고 유치한 연출마저 눈물샘을 자극하는 놀라운 경험도 존재한다. 하지만 놀랍도록 넓고 깊은 더글러스의 이야기에 비해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심하게 평면적이다. 서사의 선택과 집중이 명확한 편이다 보니 큰 구멍은 없지만 서사의 개연성도 촘촘하다고 하긴 어렵다. 덕분에 더글러스에게 몰입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지만 영화가 풍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더불어 영화의 제목에 비해서는 개들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개를 활용한 장면들은 적당히 귀엽고 적당히 액티브할 뿐 신선하거나 새롭다고 느껴지는 장면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도그맨>은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서사를 대단히 매력적으로 풀어낸 드라마 영화다. 누구한테나 추천할 만큼 대중성이 짙은 영화는 아니지만 예술적인 연출력이 한 스푼 들어간 독특하고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찾는다면 <도그맨>은 충분히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계+인 2부, 끝내 찾지 못한 여의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