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초콜릿에도 다양한 맛이 있다. 씁쓸한 초콜릿이 있는가 하면 마냥 달기만 한 초콜릿, 과일 맛이 나는 초콜릿도 있다. 어떤 맛이든 단 맛이 너무 강하면 나는 '이빨 썩는 맛'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웡카>는 그런 맛이 나는 영화다.
초콜릿이 달다는 걸 모르고 먹는 사람은 없다. 얼마나 어떻게 다냐의 차이일 뿐. 티모시 샬라메가 그렇다. 이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빠져드는 방법이 매번 다를 뿐이다. 티모시 살랴메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초콜릿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면 초콜릿이 녹아내리듯 나도 녹아내린다. 이 사랑스럽고 독특하며 순수한 청년에게 어찌 이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2005년에 조니 뎁이 훌륭했던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웡카>를 보는 116분 동안 이 세상에 윌리 웡카는 티모시 샬라메 한 명뿐이었다. 그저 그의 외모가 빛난다는 얘기가 아니다. 웡카에 대한 어떤 설정도 티모시 살랴메는 당연하다는 듯 몸짓과 대사의 뉘앙스까지 디테일하게 본인의 맛으로 흡수한다.
드라마도 영화도 온 세상이 도파민에 절여져있는 시대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는 시대에 담백한 이야기가 가당키나 할까? 심지어 <웡카>의 기승전결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어려움을 겪고, 해결하는 클래식한 흐름 그 자체다. 마라탕이 맛있는 건 맞지만 슴슴한 누룽지나 나물이 맛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재료가 좋다면 재료 그 자체가 내는 맛이 더 훌륭할 수 있다. <웡카>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은은한 미소를 띠게 만든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따뜻하고 담백한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 <웡카>의 단독 주인공은 티모시 샬라메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의 숫자는 상당하다. 많은 경우에 단독 주연 영화의 조연들은 이야기 진행을 위해 소모되거나 주인공의 들러리 정도로 전락하곤 한다. 하지만 <웡카>를 채우는 배우들은 한 명 한 명 캐릭터성이 뚜렷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깊게 관여한다. 치고 빠질 때가 명확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채로움을 탑재하는 조연들은 영화의 맛을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누들을 연기한 칼라 레인은 장편 영화 경력이 거의 없어서인지 서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비해 몇몇 장면에서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웡카>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달콤한 초콜릿 맛 그 자체인 영화다. 물론 누군가는 취향에 썩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나부터도 이 영화가 취향 저격이라고 하긴 힘드니까. 하지만 평소에 초콜릿을 즐기지 않더라도 가끔 먹는 초콜릿의 단맛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매운맛이 넘쳐나는 시대에 웡카의 꿈과 순수함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이고 따뜻한 영화를 한 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