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면 첫 입에는 잼이 별로 없는 부위를 깨물게 된다. 퍽퍽하고 단 맛이 덜한 부위.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베어 물면 잼이 그득하게 묻은 부위를 깨무는 순간이 온다. 비로소 내가 원했던 맛이 나오는 순간이다.
전작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야기에 리듬감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1편이 대서사시를 굴리기 위해서 열심히 톱니바퀴를 만들었다면 이번 2편에서는 그 톱니바퀴들이 비로소 속도를 붙여 돌아가기 시작한 느낌이다. 1편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도 않고 원작도 읽은 적 없지만 <듄: 파트2>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1편에서는 흐릿하던 캐릭터들이 뚜렷해지고 진도도 쭉쭉 나가면서 전반적인 서사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영화가 시작할 때는 의심의 눈초리로 화면을 응시했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엔 1편과 이어서 보고 싶은 마음과 3편을 기다리는 마음이 샘솟았다.
1편부터 드니 빌뇌브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액션이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다면 양에서도 질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듄: 파트2>는 이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양질의 액션을 선보이며 1편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말끔히 씻어낸다. 1편부터 쌓아 올린 다양한 설정과 배경은 액션을 뒷받침하는 분위기가 된다. 분명히 재료는 그렇게 새롭지 않은데 듄의 세계관을 입은 액션들은 익숙함을 조금씩 비틀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액션 장면의 앞뒤로 질질 끌거나 보여주기 위한 편집이 들어가지 않고 편집점이 자비 없이 꽂히는 것도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듄: 파트2>는 캐릭터버스터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역시 영화를 이끄는 단 한 명의 주인공은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폴이다. 나는 1편에서 폴의 캐릭터가 이 거대한 서사를 이끌기엔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2편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폴은 외적인 임팩트가 강렬한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폴며 든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화가 의도하는 대로 나 또한 폴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티모시 샬라메라서' 라고 하기엔 과하지만 티모시 샬라메가 아닌 폴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듄: 파트2>는 전작이 깔아놓은 발판을 딛고 힘차게 뛰어오른다. 이러려고 1편을 그렇게까지 희생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번 영화는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이 기세를 잘 이어서 다음 편도 잼이 충분히 묻은 영화로 출시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