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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 보면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사실 모든 선택에 있어서 그렇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사랑에 있어서 그 수많은 '만약'이라는 실타래를 이리저리 엮어낸 영화다. 영화의 흐름에 따라 고조되는 분위기나 해성과 나라의 대화 사이를 채우는 공백은 꽤나 매력적이다. 서사의 구조가 적당히 예측 가능하고 편집점이 크게 튀지 않는 점도 이번 영화가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칭찬할 만한 점이다.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가 적절히 묻어 있으면서도 로맨스라는 장르에 갇히길 거부하는 각본의 달음박질은 이 영화가 그저 '신선'한 영화에 머물지 않고 한편의 괜찮은 영화로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 뉴욕인 점은 감자튀김에 케첩을 찍듯 손쉬운 결정이 아닌가 싶다. 다만 셀린 송 감독은 뉴욕의 배경을 화면 안에 어떻게 담아야 관객들이 케첩 맛을 느낄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대화 사이의 공백과 다소 어설픈 대화의 흐름이 독특한 뉘앙스를 만드는 것은 확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역 시절에도, 성인 시절에도 배우들이 나누는 대사의 전달력이 아주 높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영화가 끝날 때쯤 이야기에는 공감이 갔지만 그레타 리와 유태오에게 이입했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패스트 라이브즈>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만약'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 전반에 있어 디테일이 완벽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매력적인 각본이 영화 전체를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