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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크기의 값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값을 '중앙값'이라고 한다. <비키퍼>는 모든 요소에 있어서 중앙값에 가까운 액션영화다.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액션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다. 그의 액션영화를 한 번이라도 관람해 본 관객이라면 이 장르에서 어떤 장면을 마주하게 될지 대충은 알고 있다. 그리고 <비키퍼>는 정확히 우리가 예상하는 장면들을 한치의 벗어남도 없이 보여준다. 적당히 속도감 있고, 적당히 잔인하며, 적당히 시원하다. 물론 적당한 것이 나쁜 건 아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적당히 밸런스를 가지고 하나의 연출로 어우러질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건 사실이다. 다만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면 얘기가 다르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마치 관객들의 기대치가 80이니 정확히 80을, 81도 아니고 82도 아니고 80을 맞추겠다고 작정한 사람 같다. 그러니까 80이라는 숫자가 나쁘거나 낮은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유의 액션영화에서 배경 설정이나 주변 인물의 식상함은 오히려 액션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이 명확하기에 다른 부분에 힘을 빼는 전략이랄까. <비키퍼>도 이 문법을 충실히 따르지만 정작 높아진 집중도가 아까울 만큼 액션에서 특출난 부분을 찾기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이슨 스타뎀이 보여주는 액션이 '나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전에 나왔던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영화에서도 이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액션의 맛은 넘치도록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비키퍼>는 기존 액션영화들로 줄을 세우든,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 영화로 줄을 세우든 중앙값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다.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영화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비키퍼>가 입문용 영화가 될 순 있겠으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