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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는 쟁쟁한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일찍이 관객들 사이에 화제 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아수라는 개인적으로 실망 그 자체였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할 때 감독의 전작 감기를 꽤 재미있게 봤던 관객으로서의 기대감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아수라에 실망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아수라가 필자 개인적인 이번해 최고의 실망작임에도 불구하고 칭찬받을 만한 부분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차량 추격씬, 확실히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수준 높은 추격씬이었다. 몰입도, 연출, 현실성까지 모두 좋은 평가를 내릴만하다. 다음으로는 후반부의 복도 격투씬, 이 부분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많은 부분은 얘기할 수 없지만 확실히 연출에 있어서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는 기억. 마지막으로는 황정민과 곽도원의 연기력. 이 둘 마저 없었다면 아수라는 7광구나 조선미녀삼총사와 비교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수라는 무엇을 그렇게 실망시켰나. 첫 번째로는 깊이감도 다채롭지도 그렇다고 재미마저 없는 스토리. 부패한 시장과 경찰, 그리고 검찰의 이야기는 이미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쓰일 만큼 쓰인 소재다. 그렇다면 아수라는 무언가 선택을 해야 했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선보이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채로움을 선사하던가, 그것마저 아니라면 온전히 오락물로서의 재미를 추구하던가. 하지만 아수라는 이도 저도 아닌 그 어디쯤에서 계속해서 서성인다. 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나래이션은 영화의 톤 앤 매너를 흐리며 개그 포인트를 주고 싶은 건지 진지해지고 싶은 건지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언 땅을 삽질하듯 깊게 박히지 않는 이야기 전개는 찝찝하기만 할 뿐 무엇하나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정우성의 어색한 캐릭터 소화력, 그리고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캐릭터들. 아주 간단하게 정우성이 연기를 못했다.라고 하기에는 조금 복잡하다. 정우성은 자신만의 캐릭터가 꽤나 강한 배우이고 결코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아수라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캐릭터는 전혀 정우성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필자는 아수라의 첫 장면에서 정우성이 욕을 뱉는 순간 모든 기대감을 내려놓았다. 아수라에서 한도경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고자 했던 느낌이 뭔지 까지도 갈 필요가 없이 그냥 이 캐릭터는 정우성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았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필자는 황정민과 곽도원이 아수라에서도 지금까지와 같이 굉장한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캐릭터는 100% 살지 못했다. 연기를 잘 한 것과 캐릭터가 얼마나 이야기에 깊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스미는지는 다른 지점이다. 이 부분에서는 모든 아쉬움의 공은 감독의 몫으로 돌릴 수밖에.
결과적으로 아수라는 아주 부분적이고 개인적인 세 가지의 좋은 점을 제외하고는 아쉬움과 실망으로 가득 찬 영화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 정도의 스토리텔링과 연출은 심하게는 배우들과 제작/마케팅 스탭들에게 민폐가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나마 갈 때까지 갔다는 그 잔인함과 격함은 앞선 단점들에 묻혀 그다지 드러나지도 플러스 요인은 더더욱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