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 그래픽엔 없는 낭만

fresh review

어릴 때는 매년 발전하는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에 빠져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날이 갈수록 그래픽으로 떡칠된 화면에 피로를 느낀다. <스턴트맨>은 살짝 꼰대스럽고 유치하긴 해도 날것 그대로의 화면들이 살아있는 영화다.

데이빗 리치 영화답다고 해야 할까. 세련된 카메라 무빙과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음악, 크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깔려있는 개그 요소,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에 걸맞게 화끈한 액션까지 챙긴 <스턴트맨>은 적어도 영화관에서 보기에 돈이 아까운 작품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 없이 폭발하고 날아가는 차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이거지!'하는 내적 환호를 지르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이 조악하던 시절에는 실제로 빚어지는 액션씬이 투박해 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낭만이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제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그래픽이 어느 영화에나 쉽게 쓰이지만 내 눈은 오히려 그래픽이 아닌 날것의 화면을 보고 싶어 하니 말이다.

날것

감상할 만한 수준의 커트라인은 충분히 넘겼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액션영화에 로맨스를 토핑 한 줄 알았더니 로맨스영화에 액션이 토핑 된 것까진 좋다. 다만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의 러브 라인을 살리는 동시에 빌런들과 사건의 개연성까지 만들려다 보니 서사가 복잡하고 산만하다. 큰 그림이 뭔지는 알겠는데 디테일을 너무 생략해서 뼈대에 살이 붙다가 마는 기분이다. 물론 액션 코미디 장르 영화가 가져야 할 미덕은 갖췄다만 다른 부분에서 욕심을 조금 내려놨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욕심

결론적으로 <스턴트맨>은 스턴트맨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진짜 액션에 대한 헌사다. 한편의 영화로서 기대를 넘어서는 완성도를 가진 작품은 아니었지만 영화관에서 생각을 비우고 킥킥거리며 보기엔 충분히 매력적일 뿐 아니라 그래픽으로 떡칠된 액션영화에는 없는 낭만,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나름의 메시지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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